감사원 “의대 2000명 증원, 논리적 정합성 부족”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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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의대정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
대학별 정원 배정도 타당성·형평성 저해 판단
교육부와 복지부에 논리적 정당성 확보 주문

감사원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감사원 제공 감사원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감사원 제공

감사원이 지난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 추진하는 과정에서 검토된 의사 수 추계가 부적정하고,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서도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의대 정원 증원 추진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27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 결정의 근거로 활용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취약지 부족 의사 수를 현재 시점 부족 의사 수로 해석하거나, 시점이 다른 현재·미래 부족 의사 수를 단순 합산한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복지부는 2035년 부족 의사 수를 약 1만 5000명으로 추계하고, 1만 명은 증원으로, 5000명은 수요관리 등 증원 이외의 방법으로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이때 부족 의사 수 1만 5000명은 2023년 현재 부족 의사 수인 5000명에 보건사회연구원, KDI, 서울대 등 3개 기관의 연구보고서의 1만 명을 합산한 결과다.

감사원은 2023년 현재 부족 의사 수인 5000명의 근거가 된 A 연구가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나타낸 것이며, 현재 전국 총량 측면의 부족 의사 수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의 연구자도 감사원에 동일한 의견을 냈다.

또 현재 부족 의사 수가 5000명이라고 하더라도, 부족 의사 수가 높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 합산했다. 이에 총 부족 의사 수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증원 추진 과정에서는 의사단체의 의견 수렴이나 공식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의 심의에서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7월 의대 증원을 추진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했는데, 이때 증원을 재추진하는 경우 의정협의체를 통해 협의해 일방적으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합의했다. 이후 2023년 1월부터는 복지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개최해왔는데, 같은 해 12월 27일 의사단체 수용성 제고를 위해 최종발표 전 협의체에서 사안을 사전 논의하기로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

또 감사원은 지난해 2월 6일 열린 보정심 회의가 보건의료기본법 공식 심의기구에서 2000명 증원이 논의된 사실상 유일한 자리였으나, 복지부가 위원들에게 심의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설명하거나 충분한 검토·논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에 결론을 정해놓고 보정심 회의를 개최했다든가, 심의가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배정하는 과정에서는 배정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교육여건 평가 역량이 미흡하게 고려됐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의대 정원배정위원회가 보건의료정책 연구, 교육·보건·지역의료 수립·집행 공무원, 의대 졸업 등의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됐으나, 의대 교육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경력은 부족하다고 봤다.

구체적 대학별 배정 과정에서는 현장 점검을 하지 않거나 배정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으면서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됐다.

감사원은 교육여건이 배정 결정의 핵심 고려사항이고, 교육부가 복지부의 ‘의학교육점검반 보고서’가 대학별 교육여건 판단 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도 배정위원회가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하자 해당 보고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후 보고서를 배정위원회에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대학별 현장 점검 등의 방법으로 교육여건 확보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지 않은 채 정원 배정 규모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또 가감 조정 과정에서 특정 대학에만 소재지 권역 인구 비율 저조, 수도권 임상실습 비율 과다 등 감소 조정 사유를 적용하고, 같은 사유가 있는 다른 대학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2월 국회가 의대 정원 증원 결정, 의대 정원 배정, 의료 공백 대책, 의대생 휴학 처리 금지와 서울대 의대 감사, 교육여건 준비, 의학교육평가원 관리·감독 등 증원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면서 진행됐다. 이번 감사 결과는 국회가 요구한 총 6개 감사 분야 중 의대 정원 증원 결정과 의대 정원 배정에 대한 결과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에서 ‘2025학년도 입학정원 2000명 증원 과정에서의 부족 의사 수 추계에 대한 문제점 분석 결과’를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향후 심의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또 정책 수용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법에 따른 공식 심의기구에 정책 결정의 근거와 내용을 충분히 설명·제공하고 실질적인 의견 수렴과 논의 과정을 거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라고도 했다.

교육부에는 대학별 교육여건 현황과 개선계획 충분성 등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균형 있게 포함되었는지 검토 없이 의대정원배정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현장 점검 등을 통해 교육여건 확보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거나 배정 기준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감사원은 배정위원회 회의록을 미작성하거나, 교육부 실무자가 작성한 회의 논의 내용을 파기한 것 등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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