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힘겨운 일상에의 은밀한 저항
■집에가고싶다/이동애·이동희
서울MBC에 나와 입사 시기가 비슷한 쌍둥이 자매 기자와 PD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당시 언론사에 대한 입사 열기가 대단해 기자와 PD를 뽑는 시험을 ‘언론 고시’라고 부를 정도였다. 한 사람도 합격하기 어려운 ‘언론 고시’에 둘 모두 성공한 그 자매가 마치 언론사 동기 같은 내적 친밀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그들이 문득 책의 저자로 다가왔다.
똑같이 생겼는데 똑같이 일도 잘해서 방송국에서 꽤 유명한 존재라는 저자들이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버틴 노하우를 풀어보자며 의기투합했단다. 물론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나온다. 어느날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며칠 사이 그 밑에 줄줄이 “나도”라는 댓글이 이어지는 일이 있었다.
자매는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 가진 특별한 의미에 집중하게 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지만,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개인의 나약함에서 나오는 말을 더욱 아니었다. 끈임없이 온(ON) 상태를 요구받고, 배터리를 소진하며 저전력 모드로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공유 감각이었다.
책은 직장에서 겪은 여러 일화들이 등장한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요소가 많다. 이 같은 일화를 통해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은 자신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은밀한 저항이자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신호라는 결론에 이른다.
선택적 몰입과 죄책감 없는 쉬기, 원치 않는 연결을 끊을 용기를 통해 무조건적인 위로도, 가혹한 질책도 아닌 ‘우리 모두 다 그래’라는 따뜻한 응원이 담긴 책이다. 이동애·이동희 지음/말하는 나무/264쪽/1만 85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