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책이 되는 길, 난관도 많지만 해법도 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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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임승수


글 쓰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이번 주 소개할 책을 고르다가 든 생각이다. 신문사엔 출판사에서 낸 책이 매주 박스 단위로 배달된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자기계발서가 가장 큰 분량을 차지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최근 들어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신문사 문화부는 요즘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12월 초인 원고 마감일을 앞두고 우편으로 도달한 응모작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위 글쓰기 책 출간이 신춘문예 응모자들의 간절함에 기대려는 판매 전략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글을 써 본 사람들 잘 알지 않나. 마감일이 닥쳐야 속도가 붙고 마무리가 된다는 것을. 신춘문예로 보자면, 지금이 딱 그런 계절이다.

여러 권의 글쓰기 책 중 제목부터 남다른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었다. 3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20년째 책을 써서 생계를 꾸리는 작가가 안내하는 책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인문·사회·교양 분야 책을 열 권 넘게 쓴 프로 전업 작가. 아내도 작가인데, 둘이 책을 써서 같은 나이대 외벌이 가족보다 많은 수입으로 두 딸을 키우며 산다며 은근히 자랑까지 한다. 자기 이름이 저자로 새겨진 책을 꿈꾸는 예비 작가라면 꽤 솔깃하리라.

책은 공학을 전공한 ‘글치’였던 저자가 베스트셀러 작가(40쇄를 찍은 책도 있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글쓰기와 책 쓰기 비결을 세세하게 알려 준다. 여기에는 A4 용지 70~100장 분량의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포함해 제목 짓기, 출판사에 투고하는 요령, 계약 방식, 책 쓰기보다 어렵다는 홍보까지 포함돼 있다. 책이 나오기까지 겪게 될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글에는 목적이 있다며 잘 쓴 글과 못 쓴 글은 목적 달성 여부에 달렸다고 말한다. 책으로 묶을 긴 글을 쓰려면 목차부터 잘 짜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튼튼하고 좋은 집을 지으려면 꼭 필요한 게 설계도이듯이, 목차를 짜 방향을 설정하면 긴 글도 큰 부담 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글쓰기 요령도 빼놓지 않았다. △짧은 문장이 바람직하다 △주어와 서술어는 일치해야 한다 △기왕이면 수동태보다 능동태가 낫고 △중복은 피하며 △지시어를 잘 활용하되 남용하지 말라 △단락은 글의 호흡이며 접속사는 윤활유라는 코칭은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기자도 수시로 되뇌어야 할 내용들이다.

책 판매 부수에 따른 저자의 수익이 어떻게 책정되고 액수는 얼마나 되는지, 그야말로 영업 비밀까지 솔직하게 공개한다. 일례로 2008년 출간돼 올 10월 기준 판매 부수 6만 부를 향해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으로 저자는 총 8000만 원을 인세로 받았다.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17년 동안 수입이라는 걸 생각하자. 연봉으로 따지면 470만 원인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인세로 기초 생계가 가능한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나마 저자는 책과 관련된 주제의 강의 요청이 꾸준히 이어져 부족분을 채운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도 책을 내달라고 출판사에 투고했다가 거절당하는 ‘내상’을 입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며 출판사와 주고받은 이메일까지 공개한다. 비슷한 경험을 수없이 하고 있을 등단 작가들에게는 다소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임승수 지음/북하우스/272쪽/1만 85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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