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영상도시 완성할 국립 영상박물관 물 건너가나
기재부·문체부·부산시 3중 무책임으로
예산 대거 깎이고 부산 유치 중단 위기
문화체육관광부 전경. 문체부 제공
해양수도와 함께 부산의 또 다른 미래상으로 꼽히는 영화·영상도시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사라질 판이 됐다. 4000억 원대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관련 국립 시설의 부산 유치가 성사 일보 직전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시설 하나의 유치 무산 위기가 뼈아픈 것은 그것이 영화·영상도시 구축의 마지막 퍼즐이어서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정부 부처의 복지부동과 지역 균형발전 철학 외면에다 소극적 대처로 일관한 부산시의 안일함까지 총제적인 난맥상이 고스란히 집합돼 있어서다. 이미 벌어진 사태를 꼼꼼히 복기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사태는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4000억 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국립 영상박물관과 영상자료원을 부산에 유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이 방안에 대해서는 문체부가 지난해 유인촌 당시 장관이 부산 북항에 해당 시설 건립을 직접 선언한 이후 부처 차원에서 사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기까지 한 바 있다. 부산시도 이에 따라 해당 시설 건립에 적합한 부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올해 안에 부산 내 건립 부지까지 확정됐을 이 사안은 정권이 바뀌면서 기획재정부가 8월 예산 심사에서 관련 시설 과다를 이유로 예산을 500억 원으로 삭감하면서 완전히 길을 잃고 말았다.
기재부가 관련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철학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이 과정에서 이전 정부부터 영화 관련 기관 부산 집적화를 추진해 온 문체부는 재심 요청도 하지 않고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정권 교체기에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모양새다. 예산 삭감 이후 해당 시설 건립이 노후 건물 리모델링 방식으로 전환되자 이번에는 부산시가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해당 시설이 들어설 2000평대에 이르는 노후 건물을 지역 내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 추진을 사실상 손놓아 버린 것이다. 이러는 사이 경기도 등이 되레 해당 시설 유치를 제안하고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하게 부산국제영화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노무현 정권부터 이어져 온 혁신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이미 부산으로 이전해 와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 영화·영상 인프라와 관련 기관들을 꼽아보면 영화·영상도시가 부산의 미래상인 것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정권이 관련 기관을 부산에 집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교통 접근성 등을 감안해 부산 북항에 국립 영상박물관과 영상자료원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합리적이다. 이 같은 필연과 당연, 합리성을 토대로 한 정당한 업무조차 정부와 부산시가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어느 국민이 공직사회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