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부회장단 전원 용퇴… CEO 2년새 3분의 2 물갈이
부회장단, 그룹 혁신문화 확산 위해 용퇴
‘3세’ 신유열, 롯데바이오 각자대표
롯데백화점 대표에 1975년생 ‘업계 최연소’
신임 임원 30% 증가…60대 이상 임원 절반 퇴임
신유열(위) 롯데지주(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주) 대표이사 부사장과 롯데백화점 정현석 대표이사 부사장. 롯데지주 제공
유통업계 전반에 경영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롯데그룹이 부회장단 전원을 포함해 최고경영자(CEO) 20명을 물갈이 하는 등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섰다. 특히 CEO는 지난해 21명을 포함해 올해까지 전체의 3분의 2가 교체됐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그룹은 26일 롯데지주 등 36개 사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부회장단의 일괄 사퇴다. 롯데지주 이동우 대표이사 부회장, 롯데 식품군 이영구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 유통군 김상현 총괄대표 부회장, 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 등 4명이 물러난다. 부회장단은 젊고 새로운 인물의 중용과 그룹의 혁신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자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은 지주 실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부사장)를 맡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박제임스 대표와 각자 대표를 맡아 그룹의 주요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된다.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에는 롯데백화점 정현석 아울렛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1975년생으로 롯데백화점뿐 아니라 업계 역대 최연소 CEO에 올랐다. 2020년 유니클로 운영사인 FRL코리아 대표를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돌리고, 매출·영업이익 확대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롯데GRS 차우철 대표는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에 내정돼 마트와 슈퍼의 통합 조직 관리, e그로서리사업 안정화,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건설 대표이사에는 오일근 부사장이 내부 승진했다.
그룹 미래사업 발굴과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를 맡고 있는 롯데지주는 실무형 조직으로 변화한다. 롯데지주는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를 맡는다.
또한 지난 2017년 도입했던 비즈니스 유닛(BU) 체제와 2022년에 도입한 헤드쿼터(HQ)체제는 폐지하고 각 계열사의 독립·책임 경영을 강화한다. 다만 롯데화학군은 전략적 필요성에 따라 PSO(포트폴리오 전략 사무소)로 조직을 변경해 사업군 통합 형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신임 임원 규모는 81명으로 전년대비 30% 증가했으며, 발탁 승진자 수도 크게 늘었다. 또한 그룹 전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하는 등 세대교체에도 공을 들였다.
전체 신임 임원 중 10%에 해당하는 8명의 신임 여성 임원이 탄생했고, 여성 임원 4명이 승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직무 전문성과 선제적인 혁신을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낸 인재를 중용했다”면서 “또한 세대교체에도 속도를 내면서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