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셔틀 회담’ 예고… 경제·안보 분야 빅딜 이뤄낼까
내년 방문 계기 무역합의 관측
대만·북한 문제 다뤄질지 주목
국내 정치 상황에 전략적 협의
미중 합의따라 동북아 정세 요동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갖고 있다. UP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중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가 가시화하면서 국제 정세가 큰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양국이 첨예하게 다투는 경제와 안보 분야 ‘빅딜’도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의 합의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 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 이후 자신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답방을 초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대한 중국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시 주석의 긍정적 반응 아래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것일 수 있어 보인다.
미중 두 정상의 같은 해 상호 방문이 성사된다면 그 영향은 양자 외교 차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강 관계인 만큼 글로벌 패권의 향배가 달렸을 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경제, 그리고 안보 분야의 굵직한 이슈가 두 ‘스트롱맨’의 담판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두 정상이 내년에 열릴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양국의 첨예한 갈등 요소들을 한 테이블에 올려 주고받는 ‘빅딜’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당장의 갈등 요인인 희토류, 펜타닐 등 ‘스몰딜’을 이룬 바 있다. 당시 양측의 펜타닐, 대두, 희토류, 반도체 등에 대한 합의가 이행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해 보다 큰 틀의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 미중 무역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진다면 주요 원자재와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문제,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자국 기업을 겨냥한 상대국의 규제 등의 일괄 타결로 확대될 수 있다.
경제 분야와 함께 안보 분야의 접점 모색도 관심사다. 인도·태평양 권역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감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양측 모두 타격이 불가피한 무력 충돌로 치닫기 전에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를 시 주석과 공유했다. 시 주석은 이에 “공평하고 항구적이며 구속력 있는 평화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중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위협 강도를 높여가는 남미 국가들도 사실상 미중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각 지역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패권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미일의 공통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중국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만 문제를 양측이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는 한국의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두 정상이 지난달 부산에 이어 내년 중 중국과 미국에서 마주 앉게 되는 배경에는 양측의 극한 갈등이 지속되는 게 국내 정치적으로 이롭지 않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공화당의 재집권, 그리고 시 주석에게 필요한 사회적 안정을 위해 일단 서로 손을 잡는 전략적 협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더라도, 경제·군사적 패권을 추구하다 보면 충돌 지점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양국의 근본적·구조적 갈등 구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미중이 내년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상호 관리에 들어간다면 그에 따라 한반도가 위치한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가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대와 중국이 트럼프의 묵인 하에 아태지역에서 영향력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