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공사비 잇단 갈등에… 부산도시공사, 첫 검증 나선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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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1-1 조합,공사비 검증 신청서 제출
서류·비용 납부 후 본격 검토 시작될 듯
시공사·조합 갈등 완화 위해 작년 도입
“단순 권고 사항에 불과해 법 개정 필요”

부산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 조합이 부산도시공사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했다. 28일 오후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 조합이 부산도시공사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했다. 28일 오후 부산진구 범천 1-1구역 재개발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 부산진구 범천1-1구역 재개발 조합이 부산도시공사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면서 지자체가 처음으로 시행하는 공사비 검증 사업지가 될 전망이다.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는데, 보다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범천1-1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도시공사에 공사비 검증 신청서를 제출했다. 도시공사는 다음 달까지 일부 미비한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라고 조합 측에 통보했다.

공사비 검증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기준’에 따른 부대 서류를 구비한 조합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서류가 갖춰진 이후 검증 공사비 액수를 산정하고 수수료가 납부되면 본격적인 검증 작업이 시작된다.

범천1-1구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공사비 검증 작업이 시행되면 부산도시공사가 자체적으로 하는 첫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이 된다. 부산시는 지난해 5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공사비 검증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시는 부산도시공사를 업무 대행 기관으로 지정해 검증 업무를 수행토록 했고, 도시공사 산하에 ‘공사비 검증 전담팀(TF)’이 신설됐다.

부산도시공사가 지역 사업장 검증에 나서기 전까지 공사비 검증 업무는 한국부동산원이 전담했다. 부산의 경우 현재 부동산원이나 도시공사에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부동산원과 도시공사는 조합원의 20% 이상이 요청하거나 사업시행인가 이전에 공사비를 10% 이상 증액한 경우,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5% 이상 공사비를 증액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검증 신청을 받는다.

공사비 인상 논란은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범천1-1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종전 평(3.3㎡)당 540만 원에서 926만 원으로 증액을 요청하면서 내홍을 겪었다. 부산시민공원 인근의 한 정비사업장은 시공사가 처음 계약에서 약속한 공사비를 2.5배가량 증액해 달라고 요청하자, 조합이 시공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국회 국토위 소속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정비사업장에서의 공사비 증액 검증 요청은 2020년 13건에서 2024년 36건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7월까지 38건이 이뤄져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특히 올해 38건 중 24건이 10% 이상 공사비를 증액하려는 경우에 해당돼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증 요청액 역시 2020년 1조 5684억 원에서 지난해 4조 8009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7월까지 5조 6820억 원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부동산원이나 도시공사의 검증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는 단순 권고 사항에 불과해 현장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검증이 필요한 경우 시공사가 조합에게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거나, 공사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도시분쟁조정위원회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는 돼 있지만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부산의 한 정비사업 조합장은 “조합원들도 원자잿값 인상 소식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명확한 근거도 없는 시공사의 터무니 없는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며 “법안 개정을 통해 강제성과 실효성 있는 중재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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