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세계로 달리는데, K결제는 국내서 멈췄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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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서비스는 거의 낙제점 수준
세계 주류 비접촉 결제 10% 불과
교통 해외 카드 결제 오류도 잦아
외국인 관광객 불편부터 개선해야
국힘 정연욱 문체위 국감서 지적

지난 20일 서울 명동의 한 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식거리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서울 명동의 한 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간식거리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관광소비 100조 원, 방한 관광객 3000만 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해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결제 서비스는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매장이나 식당, 지하철 등에서 결제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오프라인 결제의 대세로 떠오른 비접촉식 결제(EMV) 방식을 대폭 확대하는 등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부산 수영구) 의원은 “한류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데, 한국은 관광객 지갑부터 막는다”며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의원은 “관심은 한류가 끌어왔지만, 불편은 한국이 만들고 있다”며 “목표만 외칠 게 아니라 기본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답한 항목은 교통(19.7%), 음식(13.5%), 언어(13.3%), 방문지 정보(11.7%) 등이었다.

정 의원은 “한강에서 치킨 한 마리도 시켜 먹지 못하는 나라가 현실”이라며 “이건 편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소비 자체가 막히는 구조”라고도 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결제가 지목됐다. 전 세계 오프라인 결제의 74%가 비접촉식 결제(EMV) 방식인데, 영국·싱가포르·호주는 EMV 방식이 90%가 넘는다. 반면에 한국은 10% 수준에 그친다. 애플페이·구글페이는 매장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오류가 반복된다. 정 의원은 “100조 원 소비를 말하면서 기본 결제도 안 되는 나라”라고 꼬집었다.

교통 불편도 반복되는 민원이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 카드에 현금을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티머니 카드는 해외 신용카드로 충전이 불가능하고, 아이폰 이용자는 모바일 티머니 자체를 이용할 수 없다. 지하철 무인 발권기와 시외버스 예약 시스템에서도 해외 카드 결제 오류가 잦다.

런던·뉴욕·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 도시가 비자·마스터 카드 등 국제 결제망에 연결된 ‘오픈 루프(Open Loop)’ 시스템을 대중교통에 잇달아 도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시스템은 국내 카드사 중심으로 설계돼 해외 결제망을 바로 연결하기 어렵고 환승·정산 체계를 이유로 외국인이 소유한 신용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제주도는 지난 8월 시내버스 800여 대에 오픈 루프 결제 방식을 도입했다. 환승이나 수수료 계산 등 여건이 다르지만 국내 도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국 대중교통 체계는 현금 결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내버스에 오픈 루프 시스템을 도입한다. 지하철은 2027년부터 신용 카드로 탑승할 수 있다. 부산은 2027년 말까지 비접촉식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런던은 2012년, 뉴욕은 2019년부터 해외 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데, 한국은 아직 20년 전 방식에 묶여 있다”며 “K콘텐츠는 국경을 넘었지만 K서비스는 국경 안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배달 앱은 켤 수는 있는데, 주문은 못 하고, 교통카드는 사도 충전을 못 하는 상황이 어떻게 관광 100조 원 시대냐는 것이다.

정 의원은 “관광공사가 할 일은 홍보 포스터 만드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라며 “오고 싶고, 머물고 싶고,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되려면 한류보다 먼저 불편부터 치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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