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상승 후 쾅’ 부산 승강기 사고 원인은 ‘브레이크 고장’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밀안전검사 통과 8개월 뒤 사고 나
플런저 이상으로 제동 기능 작동 안 해
업제 정비 기록엔 ‘기기 노후화’ 언급도
부산 승강기 30%, 설치 15년 넘어
전문가들 “노후 승강기 점검 강화해야”

지난달 4일 엘리베이터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건물 1층.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왼쪽) 운행이 중단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지난달 4일 엘리베이터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건물 1층.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왼쪽) 운행이 중단됐다. 김동우 기자 friend@

지난달 부산 부산진구의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수직으로 상승한 뒤 벽과 충돌해 승객이 중상을 입은 사고(부산닷컴 9월 11일 보도)의 원인이 브레이크 고장으로 드러났다. 정밀안전검사를 통과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노후 엘리베이터 운영 실태와 부품 교체 시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지난달 4일 부산진구 엘리베이터 사고의 주원인이 ‘이중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제동 능력 상실’이라고 21일 밝혔다. 해당 엘리베이터에는 하나의 브레이크가 고장 나도 다른 브레이크가 작동해 사고를 방지하는 이중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다. 브레이크가 닫히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열리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방식인데, 공단은 브레이크의 ‘열림’과 ‘닫힘’을 제어하는 부품인 플런저가 마모되고 이물질이 끼면서 제동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지난달 4일 오후 1시 58분께 건물 6층에서 40대 여성 A 씨가 탑승한 직후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채 갑자기 위로 출발했다. 엘리베이터는 건물 최상층인 23층을 지나 벽과 충돌한 뒤에야 멈췄는데, 그 과정에서 A 씨의 몸은 공중으로 1m가량 떠올라 엘리베이터 천장과 부딪힌 뒤 바닥에 떨어졌다. 이 사고로 A 씨는 머리 등을 다쳤다. 현재 해당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공단은 지난해 정밀안전검사 통과 이후 해당 엘리베이터 유지 관리와 사용 과정에서 고장이 난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1998년 2월 설치돼 27년이 지난 ‘장기 사용 승강기’다. 관련 법에 따라 설치 15년이 지나면 3년마다 정밀안전검사를 통과해야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공단의 검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엘리베이터의 노후 부품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유지관리업체의 정비 기록에도 기기 노후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엘리베이터 관리 주체와 유지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업체의 과실이 확인되면 행정처분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엘리베이터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단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부산 지역 전체 승강기(화물용 등 포함)는 5만 4781대다. 이 가운데 15년 이상 노후 승강기는 1만 6822대(30.7%)에 달한다. 전국 평균(29.8%)보다 다소 높다.

특히 승강기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실상 필수 설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때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출입문이 열린 채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에 80대 여성이 끼어 숨졌다. 설치된 지 23년이 된 노후 엘리베이터였는데, 공단은 사고 원인을 유지관리업체의 과실로 판단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전북 익산을) 국회의원실이 공단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사상자가 발생한 부산 지역 엘리베이터 중대 사고는 15건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총 209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노후 엘리베이터의 교체를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공학부 김성호 교수는 “엘리베이터가 노후화되면 브레이크 등 안전장치가 고장 나기 쉽고 점검 과정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후 설비 점검을 강화하고,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을 조기에 교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