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투자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에 고성군 '발칵'
이상근 고성군수 기자회견 자청
“지역과 신뢰 저버린 행위” 비판
“매각 결정 신중해 재검토 해야”
경남도 “기회발전특구 차질 우려”
진화 나선 SK “고용 승계 등 약속”
경남 고성에 사업장을 둔 해상풍력 전문 기업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에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고성군은 지역 경제와 고용 시장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군수가 직접 나서 백지화를 요구했다. 경남도와 정치권도 기회발전특구 위축 등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매각을 둘러싼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상근 고성군수는 SK에코플랜트의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해 “지역과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강한 유감과 실망을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 지분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 ‘디오션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SK에코플랜트가 전신인 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한 지 3년 만이다.
이 군수는 “SK오션플랜트가 해상풍력이라는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출발할 때만 해도 이를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환영했고, 고성군과 군민은 지역 도약의 마중물로 믿고 함께 걸어왔다”라고 덧붙였다.
고성군은 SK오션플랜트에 진입도로 개설, 송전선로 설치 등 행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기회발전특구 조성 매립공사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주거·교육·문화 기능을 결합한 복합도시 ‘SK 시티’ 조성과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건립도 추진 중이다.
작년 말 매각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SK에코플랜트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런데 이번에 사모펀드와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이 군수 설명이다.
이 군수는 “기업의 경영 판단을 존중하더라도 매각은 지역 경제 발전과 기업의 지속 성장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고성군은 SK에코플랜트와 SK그룹이 매각 결정을 신중히 재검토하거나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남도 역시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경제 위축은 물론 산업 생태계에도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날을 세웠다. 노동자 근로자 고용 승계와 협력업체 계약 유지 불확실로 인한 파장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도는 SK오션플랜트가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 앵커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정률 60%인 상황에 상부시설 등 5000억 원 규모 추가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짚었다.
기회발전특구는 정부가 각종 세제 감면과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은 물론 정주 여건 개선까지 전방위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6월 고성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가 경남 최초 특구로 지정된 것도 SK오션플랜트의 투자 덕이다. 2023년 민간사업자 부도로 공정률 5%에서 공사가 중단된 양촌·용정지구 사업권을 확보한 SK오션플랜트는 이곳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성군과 경남도는 이 투자로 직접고용은 3600여 명, 생산유발 효과는 3조 134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지정 조건이 지켜지지 않으면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 혜택이 축소되거나, 아예 특구가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경남도 설명이다.
경남도는 “고성 기회발전특구는 경남의 미래 신성장 전략산업 핵심”이라며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 지역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특구 조성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일자리와 산업생태계가 보호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정점식 국회의원은 지난 15일 SK오션플랜트 고성 본사에서 ‘지역 상생방안 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SK에코플랜트와 SK오션플랜트 노사협의회, 협력사 관계자 등이 배석했다. 정 의원은 “그동안의 이익을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지는 건 아닌지, 안정적인 고용유지는 될지, 노사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측은 매각이 되더라도 경영 연속성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SK오션플래트 측은 “인수 후 5년간 고용관계와 조건은 유지되고, 협력업체 관계도 그대로 승계한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SK오션플랜트 전신인 삼강엠앤티는 1999년 경남 밀양에서 심해 석유·천연가스 시추용 해양플랜트 강관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그러다 2007년 7월 고성 조선해양특구 내산지구 특화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지금 자리에 새 둥지를 텄다. 이를 토대로 조선 기자재, 선박 개조, 플랜트 구조물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7년에는 고성조선해양(주)까지 인수해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한 이후 대만, 유럽, 일본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 2023년 8월, 삼강엠앤티의 잠재력에 주목한 SK에코플랜트가 주식 지분 31.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