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나오니 반대 조례 맞불…거제시 민생지원금 ‘산 넘어 산’
250억 원 원포인트 추경안
27일 개의 임시회서 논의
전 시민 10~20만 원 지급
과반의석 국힘 반대 여전해
‘현금성 지원 금지’ 조례도
경남 거제시가 자체 민생회복지원금 집행에 필요한 예산 확보에 고삐를 죈다. 11월 지급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칼자뤼를 쥔 시의회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야권의 반감이 여전한 데다, 야당에서 지원금 재원이 될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전용을 막을 조례안까지 추진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9일 거제시에 따르면 집행부는 지난 16일 시의회에 ‘민생회복지원금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했다. 예산안은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제258회 임시회에서 ‘원포인트’ 형태로 논의된다. 28일 소관 상임위인 경제관광위원회에 이어 3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쳐 내달 7일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일정이다. 이를 위해 임시회 회기도 하루 늘렸다. 거제시는 예산안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지급 일정과 세부 기준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난 재보궐선거 때 약속한 1호 정책이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침체한 상권을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관련 조례안이 국민의힘 반대로 표류하다, 지난달 삼수 끝에 시의회를 통과하며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일반 시민은 인당 10만 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한부모가정 등 저소득 계층은 인당 20만 원이다. 지원금은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과 선불카드로 준다. 수혜 대상은 23만여 명, 필요 예산은 250억 원 상당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으로 현재 580억 원가량 남았다. 지방채 발행 없이 기금을 사용하는 만큼 추가 재정 부담은 없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시민 삶이 어려운 상황에 실질적인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활력 제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시의회와 긴밀히 협력해 지원금이 조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다수당인 국민의힘 반대가 여전하다. 국민의힘은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관련 조례안도 두 차례나 부결시켰다. 예산안 역시 부정적이다. 관건은 앞선 조례안 표결 때 당론을 어기고 찬성 표를 던진 양태석, 조대용 의원의 거취다. 조례안은 두 의원 덕분에 찬성 9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원안 가결됐다.
국민의힘 김동수 원내대표 등은 이를 명백한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당원협의회에 징계를 요구했다. 해당 건은 현재 경남도당 윤리위에 회부된 상태다. 징계는 제명, 탈당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가 있다. 당규에 따라 탈당권유 이상 징계를 받으면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되는 만큼 두 의원이 또 한 번 반기를 들지는 미지수다.
어렵게 예산안이 확정돼도 당장 집행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이달 초 발의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안이 입법 예고를 거쳐 이번 임시회 때 함께 논의되기 때문이다. 핵심은 ‘용도 제한’ 조항 신설이다. 이를 위해 관련 조례 제5조(재정안정화 계정의 재원과 용도)에 ‘재정안정화 계정은 현금성 지원 용도로 활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금을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어 거제시 재원 구상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다만, 조례가 통과돼도 실제 시행까지는 일주일 남짓 공백이 생기는 만큼 거제시가 속도전을 통해 개정 전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집행할 수도 있다. 시의회에서 의결된 조례안은 부시장 주재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서 기존 법령과 충돌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시행 여부와 공표일을 정한다. 경우에 따라 공표 시점을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데다, 정치적 부담도 상당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야당 측 관계자는 “개정안이 의결되면 (공표 전 이라도) 기금 전용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했다. 시의회 관계자도 “지원금 집행과 개정안 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지금 계획은 현행 조례에 맞춰 설계된 만큼, 개정안 의결 시 집행부가 재검토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