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매입한 옛 치안센터 공실 장기화… 동래구, 활용책 없이 방치
동래시장 초입 우수한 입지로 활용 기대 컸지만
2년 가까이 텅 비어 미관 해치고 상권 악화 우려
공모 탈락 땐 비판 불가피… “단기 활용책 찾아야”
부산 동래구가 10억여 원을 들여 매입한 옛 치안센터가 도심 한복판에서 2년 가까이 공실로 방치돼 있다. 동래구청은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될 경우 해당 건물의 세부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 공모 선정 여부와 활용 계획이 불확실한 만큼 주민 편의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부산 동래구청에 따르면 동래구청은 지난 2월 약 10억 원을 들여 옛 동래경찰서 수안치안센터 건물을 매입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수안치안센터는 2023년 12월 치안 수요 감소로 폐쇄된 뒤 1년 반 이상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이 건물은 유동 인구가 많은 동래시장 초입 사거리에 자리해 매입 당시 활용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동래구청이 건물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도심 한복판에 텅 빈 건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동래구청은 이 공간을 향후 도시재생 활성화사업 관련 시설로 활용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오는 12월 중순께 공개되는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될 경우 사업비를 확보해 내부 리모델링을 진행, 관광 안내소나 각종 프로그램실 등으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공모 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실제 활용은 내년 이후에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인들을 중심으로 상권 활성화와 주민 편의를 높이는 단기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또 공모에서 탈락할 경우를 대비한 활용 계획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건물의 입지가 우수한 만큼,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단기적인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은 방문객의 휴식 공간 등으로 당장 개방한 뒤 도시재생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기능을 전환하자고 입을 모은다. 동래시장 상인 박 모 씨는 “사람 발길이 잦은 시장 한복판에 큰 건물이 문을 닫고 있으면 상권이 쇠락한다는 징조로 보일 것 같다”며 “차라리 의자라도 몇 개 놓아서 시장 손님들이 숨 좀 돌릴 수 있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래구의회 한 의원은 “혈세로 사들인 건물이 오랜 기간 방치된 것은 낭비”라며 “정부 공모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조기 활용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동래구청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당장 다른 활용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올해는 예산 미반영 등 사유로 다른 활용 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주민들 요구 의견을 반영해 주민 휴게 공간이나 편의 시설로 활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