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마케팅’에 흔들리는‘부산 술 = 대선’ 공식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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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선주조 왜 위기 맞았나

기술력은 업계에서도 독보적
인지도 비해 브랜드 파워 밀려
소주 꺼리는 소비 추세도 영향
한국 대표 관광지 이점 살려야

대선주조가 올해 부산 지역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의 모습. 대선주조 제공 대선주조가 올해 부산 지역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의 모습. 대선주조 제공

여전히 ‘부산 술’하면 대선주조를 떠오르는 이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주조는 부산의 가장 오래된 기업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부산 술’ 타이틀을 통해 지역 내에서 70% 이상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던 대선주조는 올해 들어 전국구 소주인 하이트진로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떨어졌다. 1위 탈환이 시급하다.

부산일보와 부산상공회의소 기업동향분석센터가 공동으로 대선주조의 기업 가치와 미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업 분석 작업을 진행했다. 대선주조는 여전히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이다. 반면 전통 미디어, SNS 광고는 물론 두꺼비를 활용한 캐릭터와 굿즈를 활용해 전방위적으로 2030에게 소구하는 전국구 소주 하이트진로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

■기술력-보통

희석식 소주의 주성분은 대략 물(정제수)이 80%, 알코올 성분이 20% 정도로 구성된다. 희석식 소주는 전통식 소주와 다르게 단시간에 대량 생산이 필요한 주종이다. 장기 숙성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는 부드럽고 깊은 맛을 단시간에 제조하기 위해 알코올과 물의 혼합, 숙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공정이 된다.

대선주조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힐링스톤 원적외선 숙성 공법’ 특허를 가지고 있는 등 소주업계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또 식음료 업계 최초 ‘K스마트등대공장’이자 최근 스마트공장 고도화 단계인 ‘레벨 4’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브랜드-약함

브랜드 평가에 대한 고민은 많았다. 대선주조의 브랜드 C1, 대선 등을 모르는 이는 없다. 다만 소주는 소비자의 관여도 수준이 낮고, 경쟁사 제품 간 맛이나 품질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대표적인 저관여 제품이다. 즉, 소비자들은 기존에 소비하던 소주 브랜드에 큰 애착이 있어서 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기존의 선택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기술력보다 브랜드가 더 중요한 제품인 셈이다.

최근 대선주조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인지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하이트진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굿즈 등으로 인기를 끌며 부산에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캐릭터 두꺼비에 대항할 브랜드 이미지를 아직 대선주조는 갖추지 못했다.

■시장 포지셔닝-강함

‘부산 술=대선’. 여전히 이 공식은 유효하다. 지난해 부산 광안리의 사투리 발음인 ‘강알리’와 같은 소주를 출시할 수 있는 것도, 소비자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대선주조가 ‘부산 술’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술이라는 시장 포지셔닝이 있기에 여러 강점을 가진다. 부산상공회의소 기업동향분석센터는 부산이 한국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라는 점이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봤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관광객들은 여전히 지역에 방문해 지역의 소주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부산 술=대선’이라는 공식은 단순한 지역 내 소비를 넘어 전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 환경-약함

대선주조 매출은 줄고 있다. 2018년 812억 원, 2019년 857억 원을 기록한 대선주조 매출은 2020년 712억 원, 2021년 610억 원, 2022년 616억 원, 2023년 563억 원, 2024년 519억 원으로 줄었다.

문제는 트렌드 변화로 과거처럼 소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주업계는 현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며 서로 치고받아야 한다. 2030 세대를 끌어들이려면 다양한 브랜드 메이킹 작업을 해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낮아진 매출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부 환경-약함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2023년 84만 4250kL(킬로리터), 2024년 81만 5712kL로 각각 전년 대비 2.0%, 3.4% 감소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91만 5596kL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다.

과거 주머니가 학생이나 서민이 싼값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소주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소주를 얼큰하게 마시는 문화는 크게 사라졌다. 하이볼, 위스키, 와인 등으로 선택지가 늘어났고, 이는 소주 소비를 줄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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