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 애향심만으론 한계, ‘부산 술’ 소비하는 이유 제시해야 [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대선주조 재도약은 어떻게
지역 점유율 1위 탈환에 총력
젊은 층 선호 저도주 잇단 출시
지역 맞춤형 보조 라벨링 작업도
‘부산’ 바탕 해외시장 공략 필요
“여 대선 하나 주이소.”
예전 식당에 앉아 있으면 쉽게 들을 수 있던 목소리다. 부산 사람은 ‘당연히’ 부산에서 만든 부산 술을 마셨다. 다른 지역 술은 괜히 “밍밍하다” “싱겁다” 핑계를 대며 마시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마케팅을 앞세운 전국구 소주의 지역 시장 공략으로 지역 소주가 지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이제 없다. 지역 소주들은 생존의 길을 찾아 전국 시장 공략, 매실주 등과 같은 시장 확대 등을 진행 중이다. 지역 대표 소주인 대선주조는 ‘부산’에 더 집중해 지역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삼보일배의 기억
소주 시장 자체가 줄어들며 소주업체들은 치열한 점유율 싸움 중이다. 대선주조는 부산이 관광지라는 특성상 제주도 ‘한라산’ 소주처럼 전국구의 길을 택해 시장 확대를 노릴 수도 있다. 아니면 광주 지역의 보해양조처럼 ‘복분자주’ ‘매취순’과 같은 틈새시장을 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부산, 경남에 더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과거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부산 소주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대선주조는 시장 점유율 1위를 놓친 적이 있다. 대선을 두고 푸르밀과 사모펀드가 사실상 ‘먹튀’하면서 지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을 때다. 당시 무학 ‘좋은데이’에 1위를 내줬고 점유율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6년 대선주조가 택했던 방식은 ‘삼보일배’였다. 부산에서 가장 오랜 향토기업임에도 현재 부산 점유율 30%대로 하락하고 공장 가동률이 50%도 못 미치는 등 심각한 경영 부진을 야기한 자책과 반성의 뜻을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보였다. 놀랍게도 부산 시민들은 이러한 대선주조의 마음을 알고 70%까지 시장 점유율을 회복시켜 줬다. 대선주조 최홍성 대표는 “우리가 부산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들은 줄어드는 소주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대규모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과 지역 기업의 경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대선주조도 대선 샤인머스켓, 대선 사고, 대선 라임, 대선 유자 등을 개발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을 진행하며 시장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중이다.
■‘과거와 다르다’ 2030 잡을 비책
‘부산 술’이라는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처럼 애향심에 기댄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설명이다. 대선주조는 애향심과 맛은 기본, 여기에 대선을 소비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대선은 주력 상품인 대선과 C1을 모두 저당, 저도수로 리뉴얼했다. 대선 159는 도수를 기존 16.5도에서 15.9도로 낮췄다. 젊은 층 입맛에 맞춰 과당 0%로 만들고 필수 아미노산인 L아르지닌과 효소처리 스테비아를 첨가했다. C1 역시 도수를 19도에서 18도로 낮췄다. 제품 패키지에서 상표와 병뚜껑은 시장 점유율 90%를 돌파하며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90년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소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면서도 대선 고유의 맛을 잊지 않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보조 라벨링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지방 소멸 방지 대선으로’ 외에도 ‘불조심은 곧 생명! 산불·들불 예방, 함께해요’ ‘함께 대선합시다’ ‘광안리어방축제 에디션’ ‘호국보훈의달 한정 에디션’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기장소방서, 해운대경찰서, 도로교통공단 등과 공익 캠페인 진행을 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2025년 호국보훈의 달 정부포상식’에서 대통령표창 수상하기도 했다.
2030세대 중심으로 결성된 환경단체 회원 ‘쓰줍인’과 비치코밍 활동을 벌인 것도 2030을 겨냥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을 뜻하는 ‘코밍(combing)’의 합성어다.
이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이미지를 얻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 여기는 젊은 소비층을 잡기 위한 대선주조의 노력이기도 하다. 또한 유명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 패션 브랜드 발란사 등과 협업하며 젊은 소비층과 접점을 넓히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지역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지역 주류 연합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대기업의 물량을 앞세운 마케팅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지역 주류 연합체가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면 소주 시장 내 영향력 확대가 기대된다.
최 대표는 “지역 사회와 더욱 호흡하면서 대선의 가치를 높인다면 개념 소비 등을 중시하는 2030세대들도 지역 소주를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