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개설 움직임… “창고형 약국은 지역 보건의료체계 위협”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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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이어 부산 등으로 확산 조짐
부산약사회 “약국의 보건의료기관 기능 약화”
약사 전문성 훼손·약물 오남용 우려 커져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공공주택지구에 있는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지난달 문을 열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창고형 매장 형태로 의약품과 사료 등 2500개 이상의 품목을 판매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공공주택지구에 있는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지난달 문을 열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창고형 매장 형태로 의약품과 사료 등 2500개 이상의 품목을 판매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에서 촉발된 일명 ‘창고형 약국’이 부산에서도 개설 움직임을 보이자 부산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깊은 우려를 표했다. 판매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이들 약국이 지역 약국은 물론 시민 건강 돌봄 체계 붕괴마저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31일 약사회에 따르면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일반의약품을 전시하고 할인·판매하는 곳으로,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시에서 처음 선보였다. 대량 유통 방식 등으로 시중 약국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해 인파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을 저가·대량으로 유통·판매하는 방식이 시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 외곽 지역 등 창고형 약국 개설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약사회는 이에 성명서를 내고 창고형 약국을 ‘기형적 약국’으로 규정했다. 이들 약국은 매출과 회전율 극대화에만 몰두하면서 약사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시민들을 약물 오남용의 위험에 노출시켜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동네 소형약국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공공심야약국 등 공적 기능을 수행하던 동네 약국들의 축소 가능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같은 여파로 응급 상황에서 필요한 약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약국도 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기형적 약국의 등장은 지역사회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보건 위기”라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지자체와 보건소 차원의 기형적 약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위법 정황 확인 시 허가 취소 △기형적 약국 등 탈법적 모델을 차단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명확한 유권해석과 지침 마련△보건의료기관으로서 지역 약국의 위상 강화, 기형적 약국 모델의 제도적 차단을 위한 국회의 약사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부산시약사회 변정석 회장은 “복약 지도 없이 의약품을 임의대로 대량 구입해 쓸 경우 중독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일반 공산품 쇼핑하듯 의약품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의성 면에서는 당장 이익인 듯하지만 약물 오남용에 따른 장기적 악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약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한 보건의료기관으로서 약국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형적 약국에 대한 철저한 규제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25일 인사청문회에서 “소비자나 환자의 오인·유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창고형 약국 명칭 사용에 대한 표시·광고 규제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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