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대교,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풍어제’ 품었다
통영시, 40억 들여 교량 개선 사업
경남 통영시 대표 상징물인 ‘통영대교’가 지역 출신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고 전혁림(1915-2010) 화백 대표작 ‘풍어제’를 품고 바다 위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예술성과 도시 브랜딩 효과를 함께 담아내는 혁신적인 시도로, 예술과 기술의 조화로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하는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통영대교는 통영운하를 가로질러 세워진 해상교량이다. 길이 591m, 폭 20.7m(왕복 4차선 차도 15m, 보도 5.7m) 규모로 도심과 미륵도를 잇는 핵심 교통축이 되고 있다.
특히 강판형교와 아치교가 결합한 독특한 구조로 뛰어난 기술력과 아름다운 조형미를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밤이면 경관조명과 바다가 멋진 야경을 연출해 도시는 상징하는 구조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1998년 준공 이후 강한 바람과 염분 등 혹독한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탓에 도장 손상과 부식이 심각해지면서 안전성 우려와 함께 도시경관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통영시는 2016년과 2023년 하부 구간 도장 공사를 일부 시행한 데 이어 지난해 도 특별교부세 15억 원 등 총 40억 원 예산을 확보해 개선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보수가 아닌 시민 안전 확보는 물론 도시 정체성과 예술성을 담아내는 공공디자인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통영시는 전체 사업비 중 2%인 7000만 원 상당을 디자인 비용으로 배정해 전혁림 화백 작품을 교량 아치에 새긴다.
작품 디자인은 전혁림 화백 유족 그리고 전혁림미술관 협약을 통해 저작권료 없이 무상으로 제공받아 활용하게 됐다.
디자인 구상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 전혁림미술관 측이 자문과 협력을 제공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애초 양방향 도시 작업을 계획했지만, 22m 높이 도장 시공을 위해선 발판 설치가 필수라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한쪽 방향씩 순차 작업 중이다.
나머지 예산은 모두 교량 구조 안전 확보와 기능 보강에 투입한다.
개선 공사는 기존 도장을 완전히 벗겨내고 녹을 제거하는 표면처리 작업 후 3회에 걸쳐 도장 입힌다.
최종 상도는 흰색을 기본으로 풍어제 디자인을 반영한 색상을 덧칠해 새로운 통영대교를 완성한다.
풍어제는 통영 바다와 어촌 문화를 주제로 바다와 사람, 마을이 어우러지는 생생한 에너지와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다.
전혁림 화백 특유의 ‘코발트블루’ 바다에 다도해의 수많은 섬, 신선한 해산물과 미항 문화를 비롯해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골목길 등 통영 고유 풍경과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통영시는 풍어제 디자인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야간 조명 연출을 더 해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여기에 통영항 오션뷰케이션 사업을 더한다.
이 사업은 미수항 연필등대에서 해저터널까지 연결되는 보도교를 윤이상 선생 음악을 모티브로 한 ‘음악의 다리’로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구조물 안전성과 도시 품격을 함께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시민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관광객에게는 통영의 역사와 문화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조물 안전성과 도시 품격을 함께 높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라며 “고가 작업 특성상 날씨와 작업 여건에 따라 공정이 늦어질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전혁림 화백은 한국적 색면 추상의 선구자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토대로 회화, 도자, 목기, 입체회화, 도자회화 등 다양한 장르를 개척해 시대적 종합예술을 시도했다.
한국의 피카소, 한국 추상화의 비조, 색채의 마술사 등 수많은 수식어를 남기고 2010년 5월 향년 94세로 끝없는 색채를 찾아 영면했다.
전혁림미술관은 전 화백이 1975년부터 생활하던 가정집(통영시 봉수1길 10)을 헐고 2003년 창조의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시설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