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법부 대선 개입 진상 규명”… 국힘 “입법 쿠데타”
‘조희대 특검법’ 국회 법사위 상정
14일 청문회에 대법관 전원 불출석
민주·조국혁신당 의원 주도로 강행
법원조직법 등 사법개혁 법안도 상정
‘李 면죄부’ 논란에도 공직선거법 처리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특검법을 국회에 상정하면서 정치권이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사법 개입’으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겁박하는 입법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함께 상정되며 대립은 전면전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전체 회의를 열고 ‘조희대 특검법’을 비롯한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을 잇따라 상정했다. 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검법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을 ‘대선 개입’으로 보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지난 12일에 발의된 특검법은 숙려 기간 15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주도로 상정이 이뤄졌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사 기간은 최대 140일로,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과 대법원은 각각 3개월 이내 판결하도록 명시돼 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한 행위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며 “위원장 임기 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사위가 개최한 청문회에는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이 불출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의 사법부 독립 조항과 합의 비공개 원칙을 근거로 출석이 부적절하다는 사유서를 제출했고, 다른 대법관들도 유사한 내용의 사유서를 냈다. 정 위원장은 “복사기 돌린 듯한 천편일률적인 3~5줄짜리 사유서”라며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특검법과 함께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또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했다.
해당 개정안은 이 후보의 ‘백현동’, ‘골프장’ 발언에 대해 유죄 취지를 인정한 대법원 법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 불가능)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강력히 반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유죄 판결이 나왔다고 대법관을 협박하고, 숫자를 늘리겠다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며 “대법원을 범죄 집단으로 모는 야만적인 입법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곽규택 의원도 “이 후보에 대한 판결을 겨냥한 정치적 겁박이자 사법 장악 시도”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범죄자 이재명의 대권 가도를 위해 대법원을 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는 의회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유상범 의원은 “차라리 ‘이재명 형사 면제 특례법’을 만들라”며 “형법 첫 장에 이재명과 배우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써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이번 법안들이 당론이 아닌 개별 의원 발의라는 점을 내세우며, 본회의 처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의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지도부는 특검법 처리 속도를 늦췄지만, 이번 상정은 일부 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정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식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