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공직자의 무모한 용기
정치부 기자
다산은 공직자가 과오를 범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 ‘상존외 무역자사’(常存畏 無或恣肆)라고 했다. 항상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고 공직에 임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방자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서술된 목민심서지만 여기에 담긴 시대정신과 가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공직자들의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공직자들의 실언과 실수들은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부산의 A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B 의원의 학력을 비하하고 나섰다. 그는 평소 자신만의 은유와 비유를 통해 누군가를 비판하는 데 거침이 없는 인물이지만 당시 감정이 다소 격해졌는지 ‘비교되는 학력, 경력, 전문성, 능력’, ‘지역 발전 관심 없는 중졸’ 등 격앙된 문구를 쏟아냈다.
그가 격분한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학력 비하를 당한 상대는 다소 억울할 것 같다. B 의원이 자신의 SNS에 A 의원과 함께 동행한 지역 일정 사진을 게재했는데, 이 중 일부에서 A 의원의 얼굴이 잘렸다는 이유였다.
본인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한 듯 지금은 그 글이 내려간 상태지만 평소 다른 동료 의원들에 비해 자신의 지적 우월성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언도 빈번하게 들려오는 A 의원인 만큼 ‘과오’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 글을 본 직후 그의 반응이 기대되기도 한다.
평소 걸걸한 성격으로 유명한 C 의원은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로 자유분방한 영혼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술 기운이 어느정도 오르면 자신의 공천권을 쥔 위원장과 함께한 자리에서도 거리낌이 없어 오히려 주변인들이 눈치를 봐야했다는 일화도 있다.
부산시에서도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세를 갖추지 않은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다수의 부산시 직원들은 밤낮없이 시민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간부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답보 상태인 부산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를 대상으로 끊임없는 설득 작업을 벌여도 모자라지만 이 일은 부하 직원들의 몫이다. 이들에게 일보다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부산의 국회의원실 보좌진들은 이를 두고 답답함은 물론 탄식마저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다산은 벼슬살이에 기억해야 할 글자는 두려워할 ‘외’(畏)자뿐이라고 했다.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서고 사회적 양심을 구현할 수 있는 까닭이다. 부디 부산 발전을 위해 기본 자세를 갖춰주기를 바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