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해양수도 도약, 금융·물류 추진력 필수
글로벌 허브도시·산은법 처리 약속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부산 설치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20일 치러진 영남권 경선 개표에 앞서 지역 공약을 공개하고 “부울경 메가시티를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해양강국론을 강조했다. 해수부와 해사법원 유치는 지역의 오랜 숙원이다. 당내 경선에서 압승 행진 중인데다 가상 대결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이 후보가 부산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솔직히 반갑다. 하지만 부산을 중심축으로 한 해양강국 청사진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선결 과제가 있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이다.
부산은 대한민국의 해양수도이자 동북아 물류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꿔 왔다. 그러려면 해운·물류 공공 기관과 해양 대기업 본사 및 연구개발(R&D)센터가 옮겨 와야 하고, 북극항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돼야 하는 등 실현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이 후보가 해양수도의 미래상에서 열거한 과제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지만 핵심이 빠졌다. 해양수도 비약과 북극항로 개척에는 금융과 물류의 추진력이 필요한데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다. 규제를 풀고 혁신을 촉진시키는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본사를 부산으로 바꾸는 산업은행법 개정을 시민과 상공계, 지자체가 합심해서 염원한 까닭이다.
지난 22대 총선 때 부산 민주당은 1호 공약으로 산은법 개정을 내세웠지만 당선자를 1명밖에 배출하지 못한 데다 수도권 우위 지도부 구조 탓에 당내 동력을 상실해 버렸다. 지난달 부산을 방문한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면담에서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부산 관심사를 비켜가려는 당내 분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 지역 현안에 효능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방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면 여야가 힘을 합쳐도 부족하다. 시민들은 울화통이 터진다.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해수부 이전과 해사법원 설치 공약은 환영한다. 다만 이미 추진되거나 구상 단계에 있던 것을 나열하거나, 지지율에 다급해 내놓는 ‘깜짝 카드’가 선거 이후 흐지부지된 전례를 시민들이 잘 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 폐기가 남긴 후유증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후보는 해수부 이전 등 일련의 지역 숙원 공약으로 지지율 답보 상태인 영남의 민심을 얻으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해양수도 공약이 성공하려면 해양 물류와 금융의 연계는 필수적이다.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은 이전이다. 해양수도 청사진이 진심이라면 법안 처리까지 약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