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마트폰 관세 제외 아냐”… 오락가락 정책에 혼란
트럼프 SNS에 직접 글 올려
“다른 범주로 옮기는 것” 언급
반도체 품목별 관세 시행 예고
혼선에 시장 기대감도 꺾여
관세율은 다음 주 발표 예정
미국 정부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대해 상호 관세를 제외하겠다고 밝힌 후, 미국 내에선 강경한 관세 정책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곧 미국 정부는 이들 제품에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혀 시장 기대감이 일부 꺾였다.
품목별 관세가 얼만큼 부과될지 알 수 없지만 주요 국가에 대해 90일간 적용되는 10% 기본 관세보다는 높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자동차와 철강에는 품목별 관세 25%가 붙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며 “관세율은 다음 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정책에 대한 혼선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 11일 밤 상호 관세에서 제외되는 수입품의 품목코드를 공지한 데서 비롯됐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 장비,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컴퓨터 저장장치(SSD), 반도체 장치, 집적회로 등이 포함됐다.
이들 품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부과한 125% 상호 관세(펜타닐 관세 20% 별도), 나머지 국가에 부과한 상호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한 데 이어 반도체를 면제하는 등 관세 정책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은 반도체는 상호 관세와 중복되지 않도록 했을 뿐 품목별 관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요한 이유는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도 145%에 이르는 관세를 물고 미국이 수입해야 하는 등 스마트폰과 반도체의 가격 변동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이 중국에서 만드는 반도체도 고율의 관세를 물고 수출해야 하는 등 정보통신(IT) 업종에 큰 타격이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반도체 관세가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확실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이폰에 부과하는 관세 역시 “곧 발표될 것이며 일부 유연성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금요일(4월 11일)에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가 아니다. 이들 제품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신뢰성의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는 전 세계로부터 듣고 있다. 사람들은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14일 한국 증시에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 부품주가 강세를 보였고 반도체 장비주는 내리는 등 혼조를 보였다. 최소한 이들 품목이 상호 관세에서는 제외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를 곧 발표할 것이라는 말이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 영향에 주간 거래 종가가 25.8원 하락한 1424.1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품목 관세가 얼마가 될지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미국 소비 둔화 우려를 반영해 상호 관세 면제를 결정했다면 품목 관세도 중국 베트남 등에 부과한 수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