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부인 머리 내려친 90대 남성 징역형 집행유예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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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을 치매 환자 취급한다고 여겨
“딸과 부인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 말해
사건 당시 ‘망상장애로 심신상실’ 주장
재판부 “행위 통제 능력 있었다” 판단해

부산지방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방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에서 흉기로 부인의 머리를 내려친 90대 남성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9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8월 26일 오후 부산 주거지에서 방 안에 쪼그려 앉아 있던 부인 B 씨 머리를 흉기로 내려친 혐의를 받는다. A 씨가 이후 흉기를 다시 휘둘렀을 때 80대 여성인 B 씨가 흉기를 잡고 빼앗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인 B 씨는 두부 열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평소 A 씨는 “큰딸이 자신을 치매 환자로 취급한다”며 큰딸과 부인을 죽인 뒤 자신도 죽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직전 A 씨는 “왜 집 열쇠를 큰딸에게 줘서 자기를 죽이려 하느냐”고 했고, 부인 B 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답하자 화가 나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B 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사건 당시 망상장애 등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정상적으로 사물을 변별하고 행위를 통제할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에 이른 경위나 공격 부위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살인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전까지 비교적 일상적인 생활을 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기억했고, 다소 공격적이거나 폭력적 성향을 보인 적이 있었던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고귀하고 존엄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범죄”라며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중대한 범죄이므로 그 결과가 실현되지 않았다 해도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다행히 범행이 미수에 그친 데다 상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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