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통합 완료 대한항공, 운임 인상하나
김종우 서울경제부 차장
운임 제한 경쟁제한성 '해소'
통합 항공사 운임 상승 전망
미국도 합병 이후 운임 상승
조원태·대한항공은 '돈잔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되자 항공운임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영향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운임 제한 대상이 아니었던 다수 노선은 하반기부터 운임 상승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며 강조했던 ‘지방공항 활성화’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편익 확대’도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양사의 기업 결합과 관련, 독과점 논란이 제기된 주요 노선이 ‘경쟁 제한성’을 갖게 됐다며 운임 인상 제한, 공급 좌석 축소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노선은 2019년 대비 물가 상승률 이상 운임 인상이 금지되는 등의 규제가 적용됐다. 그러나 해당 노선의 운수권 재배분 등으로 경쟁 제한성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공정위의 운임 통제 조치는 빠른 속도로 효력을 잃고 있다.
아이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공정위가 요구한 시정조치 영향이 상반기 중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엠증권은 “해당 조치는 2025년 하반기로 갈수록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의 경우 경쟁 제한성이 하반기에는 해소”되고 “미주 노선의 경우도 2025년 하반기 중 5개 노선 중 2~3개 노선의 경쟁 제한성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공정위 시정조치에 대해 “경쟁제한 노선에 한정된 조치이기 때문에, 현재는 미주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운임 영향은 크지 않고, 하반기에는 운임 제한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특히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하반기부터 여객운임의 상향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도 “항공 산업은 규모의 경제의 꽃으로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비자와의 가격협상력이 올라간다”면서 “양사 합병에 의한 시장점유율 상승은 결국 가격(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인수한 이후 운임이 약 20% 상승했다.
증권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마무리하며 강조했던 시정조치의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반면 운임 인상은 장·단기적으로 필연적이라는 분석이 나와 소비자 부담 상승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화물 사업부문을 매각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운임 상승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양사 통합과 관련, 그동안 수차례 국민 편익을 강조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단일 국적항공사가 지니게 될 국가 경제 및 국민 편익·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한다며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주주로서 건전경영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도 양사 통합에 대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마일리지·항공운임 등 시정조치 이행 여부 철저히 점검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사 통합이 운임 인상 등 소비자 편익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나왔다. 참여연대는 2022년 1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에 대해 “국내 1, 2위의 대형 항공사 결합이므로 독점 폐해는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라며 “슬롯 반납이나 이전 등 조건은 일시적이고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지방 경제 활성화’ ‘지역 공항의 제2허브 구축’ 등도 약속한 바 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양사 통합이 결국 한진그룹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 위한 조치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한다면서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투자를 단행,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했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자신의 책무를 방기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가의 정책 자금으로 총수의 경영권도 지키고 시장 지배력도 높이게 된 대한항공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기업결합 완료 등을 이유로 이사의 보수 한도를 대폭 인상하면서 조 회장은 올해 보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도 ‘통합 축하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엠증권은 이와 관련 “1분기 통합 축하금 명목으로 인건비에서 일회성 항목으로 300억 원 수준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