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굴절버스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도시’하면 쿠리치바를 빼놓을 수 없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의 주도로 국제사회에서 이 도시에 대한 찬사는 매우 화려하다.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라고 했을 정도다. 이런 찬사 뒤에는 ‘버스 왕국’이란 도시 별칭이 말해주듯 쿠리치바의 교통 정책이 있다. 지구촌에서 대중교통과 녹색교통의 모델 도시로 유명하다. 이곳의 교통 시스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를 도입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런 쿠리치바의 대중교통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굴절버스와 원통형 버스 정류장이다.
굴절버스는 2칸 이상의 차량을 서로 연결해 운행하는 버스를 말한다. 2칸 굴절버스는 길이가 18m 정도로, 대량의 승객들을 수송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현재 유럽의 여러 국가와 미국, 브라질 등에서 운영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1992년 굴절버스를 도입한 쿠리치바는 지하철이 없는 대신 이 버스가 주요 간선도로를 운행하며 그 역할을 대신한다. 쿠리치바와 주변 도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시민 10명 중 8명가량은 매일 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부산 강서구는 도시철도 강서선 사업 추진 시기가 최근 불투명해지면서 오는 7월 ‘강서선을 고려한 우선적 대중교통수단 기본구상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용역에서 교통 수요가 높게 나타나면 굴절버스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서구가 이런 신규 교통수단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유는 4월부터 10월까지 에코델타시티에 1만 세대가 입주하는 등 서부산권의 급증하는 교통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세종시가 2020년 1월부터 굴절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굴절버스는 도로를 점유하는 면적이 넓고, 좁은 길에서의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강서구는 평지와 넓은 도로를 확보하고 있어 굴절버스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대량 승객 수송이 주목적이기에 승객 수 확보, 정류장 확보, 운영 효율성 등이 관건이 될 수 있다. 승객 수가 적으면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행 노선을 굳이 강서구 내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강서구~서면, 강서구~김해 등과 같은 교통량이 많은 구간을 연결하면 최소한의 승객을 확보할 수 있다. 굴절버스는 차량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정류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향후 강서구의 대중교통 체계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하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