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박보검 “살면 살아지는 고단한 삶, 대사에 담으려고 했죠”
주인공 관식 청년 시절 연기
순애보·부성애·가장의 모습
몸무게 4~5kg 증량하기도
“군 제대 후 첫 작품, 나의 봄”
“고단하고 슬프지만 살면 살아지는 삶을 대사에 담으려 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관식을 연기한 배우 박보검의 말이다. 박보검은 애순과 관식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이 작품에서 지고지순한 순애보의 모습과 애틋한 부성애, 고단한 가장의 면모까지 잘 빚어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만난 박보검은 “대본을 읽었을 때 가슴에 느껴진 묵직한 울림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보검은 1950년대생 양관식의 청년 시절을 연기했다. 애순이 “소 죽은 귀신이 씌었느냐”고 타박할 정도로 말수가 적다. 박보검은 그런 관식을 때론 유쾌하고 듬직하게, 애달프고 우직하게 그려냈다. 첫 아버지 연기였지만, 시청자들은 화면 속 그의 얼굴을 보고 우리네 아버지를 공감하고 추억했다. 새침한 애순을 대신해 시장에서 “양배추 달아요”를 외치고, 자식에게 국에 든 오징어를 다 퍼준다. 온몸 성할 날 없는 고된 뱃일에도 “힘들다” 말한 적 없는 남편이자 아버지다. 박보검은 “(관식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인물”이라며 “과묵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만나 봤을 법한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라면서 “연기를 하면서 관식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박보검이 군 제대 후 촬영한 첫 작품이다. 그는 먼저 출연을 확정했던 드라마의 촬영 일정을 미룰 정도로 관식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보검은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 멋있었다”며 “동네 어른들이 모두를 아우르며 챙겨주는 따뜻한 정이 전해져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이면서 따뜻한 대사들에도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깊은 울림을 주는 대사와 명장면이 만들어진 건 임상춘 작가의 덕”이라며 “임상춘 작가의 글은 영혼을 위한 사골국, 갈비탕, 씨앗 저장소 같아서 앞으로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 된다”고 말했다.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 기뻐요. 제 인생작이 된 것 같아요.”
박보검은 외적으로도 관식의 듬직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관식이 운동선수 출신인 점을 표현하기 위해선 몸무게를 4~5kg 증량했다고. 그러면서 “그을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살이 나오는 모든 부분에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발랐다”고 털어놨다. 관식이 애순을 향해 배에서 뛰어내려 항구까지 필사적으로 헤엄쳐 가는 장면도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였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박보검은 이 장면을 대역 없이 촬영했단다. 박보검은 “발이 닿지 않는 바닷물 속에서 바람이 부니까 몸이 점점 옆으로 밀려나서 어려웠다”며 “대역 수영 선수들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언제 바다에서 수영해 보겠나’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박보검은 지금 자신이 인생의 ‘봄’에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덧붙인다. “군 제대 후 카메라 앞에 다시 선 첫 작품이잖아요. 지금 제 계절은 봄이에요. 이 작품으로 꽃을 심고, 싹을 틔워서 꽃을 피운 것 같아요. 차기작인 ‘굿 보이’가 공개되면 활기찬 여름이 오지 않을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