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 거꾸로 흐를까
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8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의 제목이다. 우리가 잘 아는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가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이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상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부유한 가정에서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80대 노인의 외모를 하고 있어 양로원에 버려지는데, 이 아이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젊어지는 것이었다. 중장년과 청년 시절로 젊어져 가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지만, 그 여인은 점점 늙어가고 벤자민은 오히려 어려져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다가 결국 갓난아이 상태로 할머니가 되어 버린 여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역노화(逆老化)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역노화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抗老化)를 넘어 세포를 아예 젊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인 구글과 엔비디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벤자민 버튼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점점 어린 아이로 변해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2006년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가 신야 교수 팀은 쥐의 세포를 4개의 성장인자(Oct3/4, Sox2, c-Myc, Klf4)에 노출시키면,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2007년에는 쥐가 아닌 사람의 세포를 사용해서도 동일하게 줄기세포가 만들어짐을 확인하여 보고하였다. 이 업적으로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줄기세포가 의학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미 확립되어 있지만,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론적으로 자가유도 만능줄기세포를 무한정 생산할 수도 있는 이 방법은 줄기세포 연구에 큰 획을 그은 대단한 연구로 평가된다.
줄기세포를 사용한 조직 재생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로 안전하게 분화시키고 오랜 시간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극단적인 경우 줄기세포는 암세포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야마나가 신야 교수가 발견한 기술은 일반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시키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아닌 것이다.
역노화는 이러한 기술이 더 발달하게 되면 미래에는 젊어지는 의학 기술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만들어진 용어일 것이다. 현재 많은 탁월한 연구 인력이 기업체에서 투자되는 엄청난 연구비를 사용해서 이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희망적인 결과가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아직은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가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