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논·서술형 문항 도입 논의 착수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본격 논의
이르면 2032~2033년 도입 가능성
국가 중장기 교육 정책을 논의·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논술형·서술형 문항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국교위는 올해 3월부터 도입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춰 수험생의 창의성과 문해력을 평가할 수 있는 논·서술형 문항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교위가 논·서술형 도입을 결정한다면 이르면 2032년 이후 가능할 전망이다.
국교위는 지난 20일 제10차 대토론회에서 수능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화여대 이용하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능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되, 문제는 공통 출제하고, 채점은 대학별로 하자”고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현재의 수능 출제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역량 평가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선다형 문항의 문제풀이식 수업으로는 고등 사고능력 등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미래 입시 제도에서는 대입 전반에서 수능의 비중을 낮추고 자격시험으로의 역할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육계에서는 1993년 시행 이후 32년 동안 이어져 온 수능의 문제 출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듭되고 있다. 4지·5지 선다형 객관식 문항과 단답형 주관식 문항 형태가 이어지면서 수능이 수험생의 종합적인 능력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수능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은 학부모와 학생의 반발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초고난도 문항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며 2023년 6월부터 초고난도 문항 배제 원칙을 수능에 적용하기도 했다.
수능 논·서술형 문항 출제에 대한 논의는 올해 3월 고1 학생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그동안 고등학생들은 학교 수업일수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한 경우 졸업할 수 있었다.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부터는 공통 과목 수강 이후 자신이 원하는 선택과목을 골라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학생별 장래희망이나 진로에 따라 수강과목이 달라질 수 있다.
진로·진학 지도 전문가인 부산일과학고등학교 권혁제 교장은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개별적인 진로와 특기를 반영한 제도인 만큼, 비슷한 취지인 논·서술형 문항 도입이 국교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논·서술형 문항 도입에 발맞춰 고등학생들의 평가 체계에도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국교위가 논·서술형 문항 도입 논의를 이어갈 경우, 오는 2032학년도 또는 2033학년도 수능에 도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교위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7년까지 논·서술형 문항 수능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대입 정책을 제도 시행 4년 전에 결정하도록 규정한 ‘4년 예고제’에 따라 2032학년도 수능(2031년 시행)이나 2033학년도 수능(2032년 시행)에 도입될 수 있다.
권 교장은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30년 넘게 이어져 온 수능 체제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국교위의 논의 방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