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윤 대통령의 '자유와 연대'의 귀결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신정화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

국내 정치와 대외 정책 기조로 사용
자유·민주 진영 국가 간 협력에 의한
민주주의 위한 위대한 여정 강조
비상계엄 선포로 대외 정책 신뢰 잃어
새 정부, 안정된 국내 정치 기반으로
국제사회 공헌하는 외교 정책 추진을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께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 그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해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최대 업적으로 자평해 온 외교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했다. 비상계엄은 시민들의 반대 시위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를 짓밟은 윤 대통령의 행위가 국내 정치와 대외 정책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윤석열 정부는 약 2년 반 전인 2022년 5월 10일 대한민국 제6공화국의 여덟 번째 정부로 출범했다. 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 윤 대통령이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자유와 연대’였다. 자유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연대를 실천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는 18세기 말 프랑스혁명을 시작으로 무수한 역사적 사건과 격변의 계기를 거치며 긍정적인 의미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체와 방식에 따라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또 연대의 대상에 따라 편 가르기식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는 논쟁적 개념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자유를 강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탄압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을 들 수 있다.

어쨌든 본인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으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았던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무려 35번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역대 대통령들이 식민지 역사를 돌아보면서 국가의 미래상을 국민에게 제시해 온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일관되게 자유를 강조했다. 취임 후 처음 행한 2022년 경축사에서는 자유를 33번 언급하면서 독립운동이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년 경축사에서는 27번 자유를 말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공산 전체주의자나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승리에 대한 믿음과 확신으로 이들에 대항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모두 50번 자유를 언급한 2024년 경축사에서는 국민들에게 자유를 위한 투쟁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과 정부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이렇게 진화해 온 윤 대통령의 자유와 연대의 귀결점인 것이다.

물론, 자유와 연대는 대외 정책에서도 강조되었다.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외교 안보 비전으로 제시한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가치를 공유한 국가 간의 연대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나아가 2023년 3월 한국이 주최한 제3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는 권위주의 세력들의 진영화에 더해 반(反)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자유·민주 진영 국가 간 연대와 협력에 의한 ‘민주주의를 위한 위대한 여정’을 강조했다. 이러한 진영 논리에 입각해 윤 정부는 한미동맹을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으로, 일본을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격상시켰다.

반면 지리·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적 적성국으로 취급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했다. 또 통일의 대상이자 안보 위협인 북한을 비이성적인 정치 세력으로 간주하고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인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같은 윤 정부의 외교 안보 결정판이 바로 2023년 8월 19일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확대를 선언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는 자유를 토대로 한 한미일 연대의 기축을 흔들었으며, 한국 대외 정책의 국제적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자유와 연대를 내세워 추진해 온 윤 대통령의 국내 정치와 대외 정책은 본인의 12·3 비상계엄으로 종말에 처했다. 만약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그 정부는 후과를 잘 정리해 민주주의 국가로서 대한민국을 재정립하고, 안정된 국내 정치를 기반으로 국익과 실용에 입각한 한반도 평화 확보와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날이 조속히 오기를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