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대응 우선"… 내란죄 수사에 尹 '버티기' 일관
외환죄 의혹까지 겹쳐 수사 회피
시간 끌며 대책 마련 의도로 풀이
윤 측 “대통령 응답할 사안 아냐
피의자 조사받는 것 적절치 않아”
탄핵심판 회피 지적엔 "준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수사보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대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내란죄를 입증할 만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심지어 외환죄 의혹까지 겹치자 일단 수사를 회피하면서 시간을 끌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의 석동현 변호사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이 주된 수사 사항이라고 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의 난맥 상황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과연 수사기관이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은 (수사보다)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통령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 신분"이라며 "어떤 수사든 그 (수사기관)앞에 가서 대통령이 응답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사기관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석 변호사는 “국가 장래에 어떠한 형태로든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의 헌정 체계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심판 절차에 대해 당사자인 대통령으로서 그와 관련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다. 이어 윤 대통령이 거듭 탄핵 심판 서류를 받지 않자 서류가 도달한 20일부터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선 “송달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맞는지, 옳은지에 대해선 이야기 못 한다”고 했다.
23일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탄핵심판 서류를 수령하지 않자 지난 20일 정상적으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측이 향후 심리 내용을 검토하고 일정을 논의하는 변론준비기일은 예정대로 27일 처음 열린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수사와 탄핵에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수사 변호인단과 탄핵심판 대리인단 구성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선임을 미루며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석 변호사는 이에 대해 "너무 성급한 지적"이라며 "탄핵심판 절차에 충실히 임하려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출석요구서 우편물 수령을 거부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 등 세 곳에 특급우편과 전자공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요구서에는 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 출석해 내란죄와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이 전자공문을 열람하지 않고 우편물 수령마저 거부하면서 조사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형사사건 변호인단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까지 아무도 정식으로 선임계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공조본의 출석 요구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출석하지 않으면 날짜를 다시 정해 3차 출석요구서를 보낼지,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무대응’ 전략을 펴며 버티기에 나선 윤 대통령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공조본이 강제 구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관저에 머물며 경호원들의 경호를 받는 현직 대통령을 구인하려 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