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미적분·기하·탐구', 정시 당락 핵심 변수
변별력 확보할 수 있는 과목 꼽혀
국·영·수 다소 쉽게 출제 평가
국·수 1등급 컷 작년보다 상승
'문과 침공 현상'도 뚜렷해질 듯
남은 수시 전형 응시 집중해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부 선택과목을 제외하고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어와 영어가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됐지만, 탐구와 수학 영역 선택과목이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정시모집 당락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학과 탐구에 강한 학생들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이과생이 강세를 보이는 ‘문과 침공’ 현상도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 업계에서는 지난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이 국어와 수학, 영어가 비교적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세 과목 중 수학은 공통과목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지만, 선택과목인 ‘미적분’과 ‘기하’가 다소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과목으로 꼽힌다. 4교시 탐구 영역은 국수영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는 것이 입시 업계의 중론이다.
수험생들이 체감한 2025 수능 난이도는 입시 업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수험생들 10명 중 6명은 올해 수능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EBSi가 수험생 39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 체감 난이도 설문조사에서 40.8%는 ‘약간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매우 어려웠다’는 수험생도 19.3%를 기록했다. ‘보통이었다’는 26%, ‘약간 쉬웠다’ 11%, ‘매우 쉬웠다’ 2.9%에 그쳤다.
국어·수학의 1등급 하한 점수(등급 컷)는 지난해 수능보다 올라갈 전망이다. EBS와 주요 입시 학원이 추정한 국어 1등급 예상 점수(등급 컷)는 △화법과작문 93~94점 △언어와매체 91~92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최대 6점, 8점 올랐다. 수학은 △확률과통계 92~94점 △미적분 85~87점 △기하 88~94점으로 각각 최대 2점, 3점, 6점 높아졌다.
시험 난도를 평가하는 한 지표인 ‘표준점수 최고점’은 낮아질 전망이다. EBSi 홈페이지에 공개된 15만여 건의 가채점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38점, 수학 145점으로 추정됐다. 입시 업계 분석 결과도 비슷하다. 진학사는 △국어 138점 △수학 144점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국어는 12점, 수학은 각각 3점 낮은 것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눈치 싸움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당락은 수학 선택과목(미적분·기하)과 탐구 영역이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윤권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은 전년 대비 만점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의대 지망생들의 당락은 과학탐구 영역 점수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과 학생 강세 현상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올해 수능에서는 이과 학생 중 상당수가 탐구 영역 선택과목으로 과학탐구가 아닌 사회탐구를 선택한 ‘사탐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여기에다 수능에서 탐구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이과 학생들이 문과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탐구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올해처럼 미적분이 어렵고, 확률과통계가 쉬우면 이과생과 문과생의 유불리 격차는 더 심해진다”며 “이과생들이 수학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이를 바탕으로 문과 상위권 학과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영향으로 공대·자연대 입학 성적이 낮아지면서, 상위권 대학·학과에 지원하는 이과 학생들이 줄면서 ‘문과 침공’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능 가채점 결과를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남은 수시모집 전형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수능에 N수생들이 대거 응시한 만큼 고3 수험생들은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남윤권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 최저 등급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수험생이라면 수시모집 지원대학의 논술·면접에 응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모집에 대부분 상향 지원을 한 고3 수험생은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