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7광구' 2028년이면 일본에 넘어가나
한중일 해양 영유권 분쟁 화약고 될 가능성 높다
2028년 한일공동개발협정 종료
한국 협정 지속, 일본 종료 입장차
경계 미획정 분쟁지역화 가능성
국제법상 EEZ 개념 일본에 유리
중국 노골적 영유권 확장 공산 커
해양 자원과 안보 중요성 높아
현상 유지에 외교력 총동원해야
미래 세대 위한 엄정한 대응 필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7광구’ 공동개발을 놓고 한일 간 막판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에 따른 6차 한일공동위원회가 39년 만에 열렸다. 1978년 발효된 협정은 2028년 6월 22일 종료된다. 2025년 6월 22일부터 양국 중 일방이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 통보 기한을 9개월 남겨 두고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이다. 우리는 협정 지속을 통한 현상 유지를 바라지만 일본은 종료를 통보할 가능성이 높아 양국 간 합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한일 간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가세해 7광구를 둘러싼 해양 영유권 분쟁 삼국지가 전개될 공산이 크다.
■ 기회의 땅 7광구 산유국 부푼 꿈
7광구는 제주도 남쪽 200㎞ 지역에서 일본 서쪽에 걸쳐 있는 8만 2000㎢ 마름모꼴 대륙붕 지대로 우리 국토 면적의 80%에 달하는 넓은 해역이다. 유엔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는 1969년 에머리 보고서를 통해 동중국해 대륙붕의 세계 최대 석유 매장 가능성을 발표했다. 같은 해 국제사법재판소는 덴마크 네덜란드 독일이 분쟁 중이던 북해대륙붕 판결을 통해 ‘대륙붕 연장설’에 손을 들어줬다. 박정희 정부는 1970년 대륙붕 연장설에 입각한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공포하고 7광구에 대한 영유권을 선언했다. 7광구와 더 인접한 일본은 반발했다. 당시 시추 기술과 자본력에서 취약했던 한국과 국제법 논리에 밀리던 일본의 이해가 맞물려 1974년 7광구를 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으로 설정하는 협정을 체결했고 4년 뒤 발효됐다. 정부의 대대적 홍보 속에 국민들의 산유국 꿈도 부풀었다. 이즈음 정난이의 노래 ‘제7광구’가 앨범 발매와 함께 히트하며 국민적 열망을 반영했다.
■ 달라진 국제해양법, 일본의 속셈
협정 발효 후 양국은 공동개발에 나서 7개의 시추공을 뚫었고 3개에서 소량이지만 석유를 발견했다. 하지만 일본은 1986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탐사 중단을 선언한 후 지금껏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협정 당시 ‘양국이 공동으로 시추·탐사를 수행해야 한다’는 독소 조항에 걸려 우리의 독자적 탐사도 힘든 상황이다. 일본 ‘침대 축구’에 속수무책인 꼴이다. 2002년까지 일부 공동 탐사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본격적 시추가 필요하다는 우리 입장과 경제성이 없다는 일본 주장이 번번이 맞서 산유국 꿈도 희미해져 갔다.
일본의 소극적 태도 전환에는 국제해양법 변화에 따른 얄팍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개념이 도입돼 일본에 우호적 국면으로 바뀐 것이다. 대륙붕 연장이 아니라 육지 기준 200해리 EEZ를 인정하면 일본에 유리해진다. 한국과 일본은 EEZ가 중첩될 수밖에 없는데 ‘등거리 원칙’에 따라 중간선을 설정하면 7광구 90%가 일본 수역에 쏠린다.
■ 석유·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은
2005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동중국해 천연가스 매장량을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석유 매장량을 미국의 4.5배인 1000억 배럴로 추정했다. 배럴당 70~80달러로 계산하면 약 9000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가치다. 2002~2004년에는 한국석유공사가 7광구 일부 지역을 물리 탐사한 뒤 “원유 3600만 톤이 묻혀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7광구 대규모 석유 자원 실재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탄성 조사 결과 예상보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7광구 전역 시추 등 객관적 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유가 상승과 기술 개발 등 환경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은 7광구 서측으로 3개 유전을 운영 중이다. 구체적 매장량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파이프로 원유를 운반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로 추정된다.
■ 2028년 이후 7광구의 운명은
우리 정부는 2020년 석유공사를 조광권자로 지정하고 일본도 조광권자를 정해 공동 탐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응하지 않았다. 협정 종료를 앞두고 협상 테이블에 나왔지만 우리 입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협정이 종료된다고 일본으로 영유권이 당장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경계 미획정 구역이 된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시추 등 영유권 행사에 나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쟁지역화할 경우 등거리 원칙과 일본 외교력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결코 유리할 수 없다. EEZ 도입 후 1998년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에서 7광구 대부분이 일본 수역에 편입되고 제주분지를 따라 일부 지역만 공동관리수역으로 정한 전례도 있다.
중국이 더 문제다. 중국은 한일 JDZ 설정 때부터 반발했다. 협정이 종료되면 노골적으로 영유권 확장에 나설 공산이 크다. 동중국해 중국 수역과 7광구 제주분지(중국명 시후분지)가 연결돼 중국 시추 확장에 따른 ‘빨대효과’로 7광구 자원이 빨려 들어갈 우려도 있다. EEZ 등거리 원칙을 내세우며 한국을 배제하고 일본과 중국이 공동으로 탐사를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우리 정부 외교력 총동원해야
7광구는 해양 자원은 물론이고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로서는 현 JDZ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외교력과 국제적 명분, 창의적 해법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우리의 협정 이행 노력과 일본의 소극적 대응에 따른 신의성실 문제 등 국제법상 명분을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측 공동 탐사 요구에 대한 일본 측의 대응도 하나하나가 분쟁 상황에 대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한미일 동맹을 지렛대로 이용하는 외교력도 필요하다. 7광구가 경계 미획정 구역이 되고 중국이 이를 교두보로 태평양 진출을 노골화하는 것은 미국도 결코 바라는 일이 아니다. 중국의 동중국해 영향력 확대는 일본으로서도 골치다. 외교적 역학관계로 얽혀 있고 그 속에 해법이 있을 수 있다.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우리의 외교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7광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정보 확보 등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한일어업협정 때 외교 역량 부족으로 일본에 당한 뼈아픈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기범 교수는 “7광구 중에서도 제주분지가 이어지는 4소구, 2소구가 석유 자원 매장 가능성과 관련해 핵심적 지역이고 다행히 우리 영해에서 가깝다”며 “해양 영유권은 과거사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문제인 만큼 엄중하고 면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