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
인구구조 변화 따른 법률 체계 등 재정비 시급
노인 인구, 향후 계속 증가세 전망
연령 기준 재조정 논의 이미 시작
복지 축소 전제는 공감대 이뤄져야
연금 개혁·일자리 정책 난제 산적
젊은 층과 세대 갈등 우려도 고민
노인 복지 관련 법률적 토대 중요
기본법 마련해 정책 원칙 세워야
이제는 국회·정부가 적극 나설 때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이달 10일 기준 10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단지 인구 구성만이 아니라 사회구조 자체도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국민 5명 중 1명꼴이 되면서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65세 이상은 노인복지법상 ‘노인’으로 분류돼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는, 이른바 ‘초고령사회’을 코앞에 두게 됐다는 분석이다.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노인 인구가 단순히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됐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갈수록 부양 인구가 급증한다는 점에서 연금 문제를 포함해 노동력 부족 등 복합적인 사회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때에 따라서는 세대 간 갈등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미 인구 추계상 예견은 됐었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은 만큼 국가적으로 이에 따른 법률 등 사회 체계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 21세기 중후반 우리나라 사회 체계의 안정 여부가 여기에 달려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노인 인구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난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00만 6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26만 9012명의 19.1%에 달한다. 현재의 노인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전체 인구 비중의 20%를 넘게 된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특징은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65세 이상은 677만 5101명으로 전체 13.1%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가 2020년 850만 명에 육박하며 가파르게 증가한 이후 이번에 불과 4년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광역시도 별로 보면 전남의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이 26.6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 25.35%, 강원 24.72%, 전북 24.68% 순이었다. 부울경을 살펴보면 부산은 23.28%, 경남 21.25%로 모두 20%를 넘었지만, 울산은 16.5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초고령화 도시인 부산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전국 특별·광역지자체 가운데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노인 연령 기준은 이미 이슈화
노인 인구 비중 20% 돌파를 코앞에 두고 가장 먼저 제기되는 이슈는 노인 연령 기준의 재조정 문제다. 이 문제는 노인 복지 혜택의 수혜 여부 등 노인 정책의 기준이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앞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65세 이상 인구 역시 계속 늘 것이 이미 분명해진 상황에서 당장 이 기준부터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 65세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의 경로우대에서 시작됐다.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등 주요 노인 복지사업이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의 신체 여건을 비롯해 사회 여건 역시 적잖이 달라진 만큼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노인 인구 급증에 뒤따르는 국가 복지 재정이 큰 부담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연령 재설정은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2025년부터 10년마다 노인 기준 연령을 1세씩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도 각종 노인 복지 혜택의 기준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령 기준 상향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정년과 연계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불일치 기간이 더 늘어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또 개인별로 천차만별인 노인의 건강, 소득 차이 등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연령 기준 적용이 바람직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연령 재조정은 복지 서비스 대상의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연금·일자리 체계 개선 시급
노인 연령 기준 재조정과 함께 노후 대책으로 꼽히는 연금 개혁 역시 초고령사회의 핵심적인 관심사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저출생·고령화 시대는 국민연금 수급과 고갈 문제와 직결돼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현재 만 63세부터 받기 시작하고 2033년 65세로 늦춰질 국민연금 수급 기준은 오는 2055년께 바닥이 드러날 연금 재정을 감안하면 더는 해결 방안을 미룰 수 없는 상태다.
이와 직결된 사안이 정년 연장이다. 대기업 일부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아직 정식 공론화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충분한 대안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확보와 상충할 수도 있어 섣불리 접근하기도 어렵다. 역시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수적인 사안이어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제도권 내 논의는 미진하기만 하다.
이외 무임승차 등 노인 이동권 확보나 노인 기초연금 등 노인의 기본소득 보장, 노인성 질환 등 노인돌봄 강화 정책도 65세 이상 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발등의 불이 됐다.
노인 법률 체계도 손봐야
저출생·고령화로 대별되는 인구 상황을 맞아 우리나라의 역동성과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노인 인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변해야 한다. 여러 번 나온 말이긴 해도 노인도 국가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세대와의 조화로운 삶과 노인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초고령사회에 맞는 새로운 사회 체계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은 노인 관련 법률 중 대표적인 노인복지법의 대대적인 조정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근래 국회입법조사처가 노인복지법의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노인복지법을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복지 분야의 기본법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경청할 만하다. 노인의 인권과 시민권 관점을 바탕으로 노인의 빈곤, 요양·돌봄, 평생교육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원칙을 새롭게 세우고, 이에 맞춰 관련 법률 체계도 재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놔두고라도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업이다. 이를 계기로 노인 연령 기준이나 연금 정책 등에 대한 공감대도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한 사회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일이다. 하지만 이미 현실로 닥쳤고 벌써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 미래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일임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법률 정비와 정책적 실행의 대원칙을 새로이 설정해야 할 시기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