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만루포 4방 ‘42년 만에 처음’…롯데 레이예스 끝내기
KBO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첫 기록
롯, 두산전 10회 연장 혈투 6-2 승
타율 3할5푼 타격 부문 2위 질주
파워와 컨택트 능력 보유 ‘복덩이’
오지환·에레디아·나성범도 아치
17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5경기 중 3경기에서 만루홈런 4개가 쏟아지는 진기록이 나왔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하루에 만루포 4방이 터진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종전 기록은 하루에 3개가 나온 것이 최다였는데, KBO리그 출범 이후 모두 7차례 있었다.
17일 그랜드슬램의 주인공들은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 LG 트윈스 오지환, SSG 랜더스 길레르모 에레디아, KIA 타이거즈 나성범이었다. 특히 이날 4개의 만루홈런 중 3개는 승부를 가르는 결정타여서 관중들에게 더 큰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날 가장 극적인 만루포는 롯데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가 때린 연장 끝내기 아치였다.
레이예스는 제2의 안방인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시즌 10차전에서 연장 10회말 드라마 같은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 첫 번째이자 역대 24번째 끝내기 만루포였다. 레이예스는 7회초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우중간 2루타를 치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레이예스는 경기가 끝난 후 "홈런을 칠 생각은 없었다"면서 "그냥 제대로 맞추자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어쨌든 내가 살아나가면 1점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파워와 컨택트 능력을 모두 보유한 레이예스는 17일 현재까지 타율 3할5푼대를 기록하며 SSG의 에레디아(타율 3할6푼대)에 이어 타격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양 팀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롯데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은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20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두산 2년차 영건 최준호는 6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를 선보였다.
2-2로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롯데는 10회말 선두 타자 박승욱이 두산의 6번째 투수 김유성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공격의 물꼬를 텄다. 최항이 헛스윙 삼진, 황성빈이 내야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호준과 고승민이 연속으로 볼넷을 얻어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두산은 김유성을 내리고 김명신을 구원 등판시켰으나 타석에 들어선 레이예스는 김명신의 2구째 변화구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4시간 20분에 걸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SSG와 LG가 맞붙은 서울 잠실경기에서는 양 팀이 만루포를 주고받는 타격전 끝에 LG가 12-9로 신승했다.
LG 오지환은 팀이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SSG 선발 투수 김광현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홈런을 때렸다. 곧이어 김범석이 연속 타자 홈런을 터뜨려 8-0으로 달아났다. LG는 4회 문보경의 3점 홈런 등으로 11-1으로 크게 앞섰으나 경기 막판 SSG의 추격에 진땀승을 거뒀다. SSG는 7회초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의 그랜드슬램 등으로 대거 7득점해 8-11까지 따라붙었다. 이후 양 팀은 한 점씩을 더 주고받은 끝에 LG가 승리를 지켰다.
선두 KIA는 광주 안방 경기에서 나성범의 만루홈런 등을 앞세워 2위 삼성 라이온즈를 10-5로 꺾고 승차를 더욱 벌렸다.
양 팀은 4회초까지 3-3으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KIA는 4회말 만루 상황에서 김도영과 최형우의 연속 밀어내기 볼넷으로 다시 앞선 뒤 나성범의 우월 만루홈런으로 6득점해 단숨에 승기를 잡으며 완승을 거뒀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