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라 스칼라 이어 KBS교향악단까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 잘 수행할까?
3곳에서 음악감독 동시 수행…“부산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
"국제적 인지도 높이고, 역량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다"는 반론도
거장의 경우 관례적으로 중복으로 음악감독직 맡는 사례 적지 않아
지휘자 정명훈. 클래식부산 제공
지휘자 정명훈(72)이 내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간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오케스트라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다. 정명훈은 2027년부터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게 돼 있어, 현재 맡고 있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직 수행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명훈은 지난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부산시 산하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인데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여는 2027년 이후까지 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령이라고 할 수 있는 정명훈이 3곳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을 경우 각각의 예술단체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부산, 서울, 이탈리아까지 오가면서 지휘도 맡고, 예술 운영과 관련한 업무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음악계에서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경우 감독직을 중복으로 맡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오히려 자신만의 대중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당 예술단체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동시에 수행했다. ‘지휘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구스타보 두다멜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심온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동시에 재직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뉴욕필하모닉 예술감독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20대 천재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드 파리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 특히 메켈레는 최근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RCO)의 수석지휘자로 내한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클래식부산 관계자는 “정명훈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부산콘서트홀이 빠른 시일 안에 자리를 잡고,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항상 부산을 1순위로 생각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제 부산콘서트홀이 어느 정도 안정기를 거쳤다고 판단해서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께서는 내후년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적 정착에 누구보다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러 곳의 음악감독직 수행이 오페라하우스 성공에 더 좋은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앞서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산타 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 악단에서 음악감독을 지내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