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의자 탈출구’ 된 병원… 경찰 3명 동행하고도 당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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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대상 범죄 구속 20대
병원 화장실서 도주했다 검거
현장엔 해제한 수갑·포승줄만
‘병원 도주’ 2019년부터 세 차례
부산 경찰, 피의자 관리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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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범죄로 구속된 피의자가 병원 진료 도중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달아나는 어이 없는 사태(부산닷컴 5월 29일 보도)가 발생했다. 당시 피의자는 경찰이 채운 수갑과 포승을 모두 푼 채 14시간 넘게 부산 시내를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허술한 피의자 관리와 감시 체계의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났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50분께 부산 수영구 한 병원에서 경찰을 따돌리고 몰래 빠져나간 A 씨를 14시간여 만에 붙잡았다. A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2시 15분께 부산 기장군 철마면 한 야산 암자에서 검거됐다. 현재 A 씨는 부산수영경찰서 유치장에 다시 수용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7일 미성년자를 성매수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수영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다. A 씨는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개인 질환을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부산 수영구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달아났다.

당시 A 씨의 병원 진료에는 부산수영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3명이 동행했다. A 씨는 당시 병원 2층 화장실 좌변기 칸에 들어간 뒤 창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경찰관들은 A 씨가 들어간 좌변기 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A 씨를 붙잡지 못했다.

경찰은 A 씨가 들어간 화장실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화장실 내부 창문은 잠갔지만 좌변기 칸과 이어진 작은 창고 쪽 창문을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 A 씨와 동행한 경찰관들은 창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A 씨가 빠져나간 것을 알아차린 뒤 1층으로 내려갔지만, A 씨를 잡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수갑을 손밖으로 빼낸 뒤 포승을 직접 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서 남겨진 수갑에는 열쇠로 푼 흔적이나 훼손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A 씨는 느슨하게 채워진 수갑에서 손을 빼낸 뒤 포승을 스스로 푼 뒤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병원 밖으로 빠져나간 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는 갖고 있지 않았고, 병원 진료를 위해 가져온 소액의 현금으로 택시비를 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산에서 구속 피의자나 수감자가 병원 진료 과정에서 달아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2월에도 절도 혐의로 구속돼 유치장에 있던 20대 피의자가 복통을 호소해 부산 수영구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도주했다. 당시 피의자는 호송 차량에 오르기 직전 형사들을 밀치고 달아났고, 경찰은 수십 명을 투입해 사흘 만에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피의자를 검거했다.

2022년에는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사기 피고인이 병원 치료 과정에서 잠적했다. 수십억 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은 안과 질환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부산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사라졌다. 피고인은 경찰이 추적에 나선 지 두 달 만에 붙잡혔다.

구속 피의자의 병원 진료는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수사기관이 이동 경로와 병원 내부 구조, 수갑·포승 등 포박 상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도주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피의자가 달아난 뒤에는 경찰 인력이 대거 추적에 투입된다. 또 사건 피해자의 신변을 보호하고 시민 위험까지 방지해야 한다. 이번에도 경찰은 형사·여성청소년과 인력과 함께 경남·울산경찰청 공조까지 요청했다. 피의자가 현금으로만 이동했기 때문에 추적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에게 도주죄를 추가 적용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수영경찰서 관계자는 “이전에도 발생한 피의자 도주 사건 이후 매뉴얼을 강화해 수갑이나 포승도 풀어주지 않았다”며 “피의자 호송 규칙에서 지정하는 2명보다 많은 3명의 경찰관이 동행했지만 미처 창문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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