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대형마트 규제 풀리나… 새벽 배송·평일 휴업 논의
취지 달리 이커머스 업체만 독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국회로
여야 법안 모두 새벽 배송 가능
지자체 완화 속 일부 단체 반대도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평일 휴업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사진은 쿠팡 차량. 연합뉴스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평일 휴업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유발법)’ 개정안이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현행 규제가 오히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독주체제를 굳히고 대형마트의 경쟁력만 약화시켰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31일 국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최근 유발법 개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현재 심사 대상에 오른 법안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이다.
김동아 의원안은 오프라인 점포 영업 규제는 유지하되 온라인 배송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성원 의원안은 새벽배송 허용을 포함해 심야 영업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자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개정안 모두 대형마트의 전자상거래 영업행위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지자체의 별도 조치 없이도 전국 모든 점포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개정안 추진은 2012년 유발법 개정 이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시작됐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의 취지와 다르게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실제로 온라인 유통 플랫폼 매출은 2020년 104조 6000억 원에서 2025년 142조 7000억 원으로 연평균 6.4%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33조 8000억 원에서 36조 4000억 원으로 연평균 1.5% 성장에 그쳤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은 2020년 25조 원에서 2025년 20조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산업통상부의 지난달 조사 기준 유통업계 매출 비중은 온라인이 60.3%, 대형마트는 7.9%, 준대규모점포(SSM)는 1.9%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격차가 심화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에만 과거의 유통 환경에 맞춘 규제를 지속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부산을 포함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중 4곳만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특히 서초구는 영업 제한 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시간(오전 2~3시)으로 축소해 새벽배송 여건을 마련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경우 전통시장과 주변 상권 매출이 감소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이해관계자 간의 대립이 첨예해 법안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달 26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마트노조도 성명을 내고 “새벽배송 확대는 유통 생태계를 파괴하고 노동자 과로사를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