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장 거센 후폭풍 몰고 올 노란봉투법 현대차 첫 판정
보완입법 요구 묵살 국회의 입법 부작위
유권해석 논란 부추겨 사회적 비용 급증
현대차 하청 노조가 지난달 28일 울산 현대차 본관 앞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속노조 제공
개정 노동조합법(이하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 1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지 3개월이 다 돼 가지만 현장에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을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제기돼 온 법적 모호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당시부터 추상적 개념의 나열 등으로 인해 보완입법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현장의 혼란 가중으로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국회 입법 부작위로 초래된 이 혼란은 매 사안마다 노와 사가 일일이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오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가 제기한 원청 교섭 관련 2차 회의를 연다. 보안이나 구내식당 운영 담당 업체의 노동자가 현대자동차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오늘 회의에서 당장 결론이 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언제가 됐든 지노위가 결론을 낼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사내 하청 사건을 두고 최근 대법원이 옛 노조법을 근거로 들며 원청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과거 법리에 선을 명확히 그어버린 이상 노란봉투법 적용을 받는 법리로는 이번 지노위 결정이 첫 사례가 되는 셈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면서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들고 있어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때마다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맹점이 있다. 구체적 기준이 애매한 법리적 맹점은 유권해석을 해야 할 기관의 판단 회피와 분쟁 확산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최근 한화오션 외주 급식업체의 교섭 요구에 대해 한화오션의 교섭 요구 사실 미공고에 대한 시정 신청을 인정하고도 사용자성 판단은 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껄끄러운 쟁점에 대한 판단을 피하고 타 기관에 공을 떠넘기는 이런 행태로 인해 사회적 비용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번 사안에 대해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성에 대해 첫 유권해석을 내린다 하더라도 후폭풍은 여전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원청이 공동 교섭을 하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번에는 작업 환경이나 안전, 금전 보상 등 교섭 범위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반대로 원청 인정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난다면 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할 노동 현장이 기관의 유권해석이나 법원 판결에 의존하는 ‘사법 만능주의’로 물드는 것도 또 다른 후폭풍이 될 수 있다. 국회가 법 조문 명확화를 위한 보완입법을 외면한 대가로는 너무 큰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