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막으면 밀고 갑니다”… 불법 주정차 강제처분 ‘시동’
‘물리력 행사’ 법적 근거 불구
민원 등 부담 실제 집행 ‘전무’
부산소방, 엄정한 대응 선포
도심서 실제 차량 동원 훈련
13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의 긴급출동 통행 방해 불법 주·정차 차량 강제처분 훈련이 열렸다. 소방차량이 출동로 확보를 위해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을 강제로 돌파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금부터 출동 방해 차량 강제 처분 실시! 지금부터 해당 차량 측면 강제 돌파하도록 하겠음.”
1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오피스텔 앞 이면도로. 부산진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도로 오른쪽에 불법 주차된 한 승용차에 막혀 우회전이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소방대원들은 신속히 소방차에서 내려 승용차 내 탑승자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원들은 안간힘을 다해 승용차 뒷부분을 밀었지만 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소방대원들은 불법 주차된 승용차를 강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거대한 소방차는 승용차 왼쪽을 들이받은 채 우회전을 밀어붙였다. 그러자 ‘쩌억, 퍽’ 소리와 함께 승용차 앞 범퍼가 부서지며 진입 공간이 확보됐다. 바퀴까지 터져 너덜너덜해진 승용차와 달리 소방차는 거의 파손되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의 발걸음을 가로 막은 것은 불법 주정차 차량뿐이 아니었다. 소방차가 마침내 소화전 앞에 도착했지만 불법 주차 차량이 소화전을 막고 있었다. 소방대원은 전문 장비를 이용해 차량 뒷좌석 양쪽 창문을 깨부수고 소방 호스를 통과시켜 소화전에 연결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이날 ‘긴급 출동 방해 차량 강제 처분 훈련’을 진행하고, 향후 소방차 통행과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차량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13일 선포했다. 그간 소방대원 개인이 짊어져야 했던 민원과 파손 책임 부담을 부산 본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강제 집행 실효성이 대폭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행법상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에 대한 배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소방차 출동을 방해해 화재 피해를 키우는 문제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0대 엄마와 세 자녀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북구 화명동 아파트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아파트로 올라가는 진입로는 왕복 2차로였는데, 그중 한 개 차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을 지었다. 이 때문에 소방차는 차량 사이를 비껴가느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야 했고, 소방대원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현장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2017년 28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불이 난 건물 주변의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사다리차 출동이 늦어진 바 있다. 초기 대응에 차질을 빚으며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경기 광주시갑) 국회의원 등은 이듬해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제 처분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차량이나 물건을 제거하는 개념에 이를 '파손'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내용 등이 개정안에 명시됐다. 이로 인해 소방 당국이 물리력을 행사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실제 집행은 사실상 전무했다. 2021년 이후 전국적으로 그 사례는 7건뿐이며, 부산에서는 아직 전례가 없다. 차량 파손 민원과 소방대원 개인의 책임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월 불법 주·정차 차량에 강제 집행을 실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역시 올해부터 강제 처분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지휘관과 119상황실 간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하명수 방호조정관은 “소방차 통행·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차량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며“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출동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