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부산의 ‘샤이보수’
정치부 기자
6·3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남겨둔 부산 정가에서는 ‘샤이보수’가 단연 화두다. 샤이보수란 평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보수적 선택을 하는 유권층을 뜻한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과소 표집되는 경우가 많으며, 부산처럼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은 지역에서는 이들의 비중이 선거 결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부산 선거판에서 ‘샤이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냐’는 논쟁거리다. 보수 진영은 유권자의 10% 또는 그 이상이 샤이보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론조사에서 10%P(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나면 선거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수차례 자신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보수 인사들의 분석에 낙관적 기대가 지나치게 투영돼 있다고 본다. 부산 지역의 샤이보수의 비중은 5~7%를 넘지 못할 것이며, 이들마저도 최근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양 진영의 분석치를 아슬하게 넘나든다. KBS부산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부산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42%,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32%의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달 중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격차가 다시 10%P로 다소 멀어졌다.
적지 않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소위 ‘위닝 DNA’가 내재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져도, 구설수에 올라도 결국 선거날엔 승리한다는 마인드다. 이번 선거에도 이런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에게 샤이보수는 자신감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댈 곳이 샤이보수의 등장 말고 없다면 승리의 역사도 끝날 수 있다.
지난 2일 박 후보 개소식에 장동혁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선거 총력전’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또다시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터지며 내부 균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단일대오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한 민낯을 그대로 비췄으니 부산의 샤이보수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선거는 이제부터 총력전이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 속에서 치러졌다. 여론조사는 민주당을 향해 웃어줬고, 5석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북갑을 제외한 부산의 모든 의석을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되고,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