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분권 핵심 빠진 39년 만의 개헌, 무슨 의미가 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가 시혜 형식 지역경제 육성만 언급
야권 ‘졸속’ 명목 의결불참 힘 실릴 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제정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3일 국회 의안과에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제정당 원내대표들이 지난달 3일 국회 의안과에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은 숱하게 언급됐으나 지난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본격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대선 후보 대부분이 개헌 필요성 뿐만이 아니라 권력구조 개편과 지방분권 등과 관련한 내용 위주의 개정을 언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급한 뒤 취임 이후인 지난해 9월 개헌을 ‘1호 국정과제’로까지 격상시키도 했다. 그렇게 탄력을 받고 1987년 이후 39년 만에 구체적으로 부상한 헌법 개정 논의가 두 가지 이유로 길을 잃고 있다. 하나는 헌법 개정안의 핵심 의제인 지방분권 실종이요,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기한 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의 불투명성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 원내 정당들이 주도해 내용을 잡은 헌법 개정안은 지난달 3일 발의됐다. 내달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목표로 한 개헌 찬반투표에 올릴 개정안은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의 전문 명시와 계엄 통제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 이외에 개헌 제안 이유서에까지 밝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은 구체적 내용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 규정과는 별도의 장에다 균형발전 의무를 슬쩍 끼워 놓고는 국가 시혜 형식의 지역경제 육성 의무만 언급했을 뿐이다. 취약한 지방 재정과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언급도 없다.

범여권은 일단 개헌의 물꼬를 트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실론을 들고 있다.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명시만 해도 큰 진전이라며 야권에 개헌안 국회 표결 시한인 오는 7일까지 의결 동참을 촉구하기도 한다. 범여권의 절대적 국회 의석 수에도 불구하고 개헌을 위한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엔 야권의 협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선거용 졸속 개헌’이라는 명목으로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야권의 명목이 다소 옹색한 감이 있었으나 개헌안의 구체적인 내용에서 지방분권과 관련한 미비점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명목에 오히려 힘이 실리게 될 판이 됐다.

대한민국은 제헌헌법에서도 지방자치를 규정해 놓았을 정도로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부르짖어 온 나라다. 하지만 이 같은 구호성 조항과는 달리 1990년대 지방자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시작된 지방자치가 1995년 첫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발을 내디딘 지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는 재정권과 입법권의 한계로 반쪽에 그쳐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려 39년 만에 최근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도 지방분권 관련 장치 마련은 또 다시 뒷전이 됐다. 제헌헌법 때부터 존재해 온 주요 조항의 현실적 적용을 도외시한 개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인 듯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