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건물이 아닌 관계를 짓다. 뉴욕 뉴 뮤지엄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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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컨시어지 대표

뉴욕 뉴 뮤지엄의 확장. 이상훈 제공 뉴욕 뉴 뮤지엄의 확장. 이상훈 제공

뉴욕 맨해튼 소호(SOHO) 인근, 마치 쌓아 올린 흰 상자처럼 미묘하게 비틀린 형태를 드러내던 미술관이 있다. 일본인 건축가 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 사무소, SANAA가 설계해 2007년 완공된 뉴 뮤지엄(New Museum)이다. 그리고 2026년 3월, 이 건물은 더 이상 단일한 오브제가 아니다. 건축가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의 확장이 더해지며, 두 개의 건물이 하나의 건축을 이루는 형태로 재탄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증축이라기보다 관계의 설계에 가깝다. 기존 건물 옆에 들어선 7층 규모의 신관은 면적을 확장하는 동시에, 건축적 해석의 깊이를 더한다. OMA는 이를 연장이 아닌 서로를 마주하는 카운터 파트로 해석했다. SANAA의 건물이 수직적으로 쌓인 추상적이고 다소 폐쇄적인 형태였다면, 새로운 건물은 기울어진 유리와 금속 외피를 통해 보다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인상을 형성한다. 두 건물은 닮지 않았지만 서로를 전제로 존재하며, 그 긴장은 동시대 미술관의 복합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두 건물을 잇는 연결통로. 이상훈 제공 두 건물을 잇는 연결통로. 이상훈 제공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 내부에서 두 건물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2층부터 4층까지 동일한 층고로 맞물리며 하나의 연속된 전시 장으로 작동한다. 관람자는 건물의 경계를 의식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는 전시실이 방처럼 나뉘어 이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로 펼쳐진 공간을 경험하게 한다. 이 흐름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주는 요소가 중앙 아트리움과 지그재그로 이어진 계단이다. 이 계단은 단순히 오르내리는 길이 아니라, 전시와 도시를 이어주는 수직의 광장에 가깝다. 유리 외벽을 통과한 빛은 내부로 들어와 시간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꾼다. 이렇게 이 건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전시 요소처럼 작동한다.

보워리 거리에서 바라본 뮤 뮤지엄. 이상훈 제공 보워리 거리에서 바라본 뮤 뮤지엄. 이상훈 제공

외부에서는 두 건물이 맞닿아 있으면서도 미묘한 간격을 두고 서 있다. 마치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두 대상처럼, 긴장감 속에서 함께 존재한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뉴욕에서는 이런 방식이 더욱 눈에 띈다. 하나의 완결된 건물로 보이기보다, 두 건물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며 도시 경험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프로그램 또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가 레지던시, 공공 프로그램, 레스토랑과 플라자가 결합되며 미술관은 생산과 교류의 플랫폼으로 재편된다. 이는 오늘날 미술관이 단순한 수장 공간을 넘어 동시대 문화의 실험실이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결국 이번 확장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술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건축은 뚜렷한 답을 내놓기보다, 두 건물 사이에 긴장과 흐름, 개방성과 밀도를 함께 놓아둔다. 관람자는 그 사이를 오가며 그 관계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도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건물을 요구한다. 그러나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맥락과 어떻게 관계 맺는가에 달려 있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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