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에 갇힌 선박들 먼저 빠져나올 듯
휴전으로 해협 개방 기대감 고조
선사 자체적 통항 계획 마련키로
해수부, 실시간 안전 정보 지원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 고립됐던 선박들의 통행 재개가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 무스카트 항에 정박해 있는 유조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사실상 합의한 가운데, 정부는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 등 국적 선박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등 복귀 지원에 나섰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며 해운업계가 우려했던 해상 물류 대란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통행료 지급 여부와 보험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오후 해양수산부는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운항 자제 권고를 유지하는 한편, 현지에 체류 중인 국적 선박 26척의 무사통과를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사가 자체적으로 통항 계획을 수립해 운항하기로 했고, 해수부는 운항 전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등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현지 체류 중인 우리 국적 선박은 26척, 한국인 선원은 173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현재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해협 운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 중”이라며 “해협 운항 여부가 언제쯤 확인될지 현재로선 확답하기 어렵지만, 확인되는 대로 외교부, 해수부와 협의해 우리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해협 내에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총 7척이 대기 중이다. 이 중 국적 선사는 4척이며, 여기에는 원유 약 1400만 배럴이 실려 있다. 현재 해협 내에 우리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종전안에 이란과 오만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선사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휴전 합의로 인한 통행 재개는 다행스럽지만 통행료 지급 문제가 대두되면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통행료 징수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면서도 “통행료와 관련한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통항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선사들이 무작정 항로 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해수부 측은 “외교부를 통해 통행료 부과에 대한 정보를 확인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선사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쟁 38일째인 7일(현지 시간) 해운업계는 통행 재개에 따른 물류 이동에 대해 해협 내부에 고립돼 있던 적재 선박들이 우선 통행하고, 해협 밖에 대기 중인 유조선들은 불확실성 탓에 아직 계약을 마치지 못해 당장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등은 이날 호르무즈해협 내에 발이 묶인 글로벌 선박을 총 3300여 척으로 추정했다. 이 중 적재한 원유 등 화물에 대해 바이어 국가와 아직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박들은 급하게 통행할 이유가 없다.
대신 이미 물건을 채우고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선박들은 해협 봉쇄가 풀리면 가장 먼저 빠져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선원이 승선한 선박은 모두 물건을 채우고 해협을 우선적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선박으로 알려졌다.
당초 해협 폐쇄 기간이 대형유조선 VLCC 표준 왕복 항차 사이클 40~45일을 넘어서면 복귀 선박이 호르무즈 동쪽에 집결해 2차 도착 급증과 반복 병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강빈 해진공 해운정보팀장은 “당초 해협 안에서 나오는 배와 밖에서 들어가는 배가 뒤엉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병목 현상은 우려보다 덜할 수 있다”면서 “해상 보험사의 보험료 산정에도 복잡한 변수 탓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박 운항이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