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방을 위한 부동산 정책은 없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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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경제부 차장

집은 필수 소비재이자 자산, 연금 역할
서울-부산 집값 격차 자산 불평등 심화
부동산 자치권 등 지방 맞춤 정책 필요

언젠가 이런 글을 쓸 날이 올 줄 알았다. 십수 년 전, 결혼하던 당시 기자는 1억짜리 전셋집에 들어가기 위해 몇천만 원 빚을 내면서도 ‘벌벌’ 떨었는데 주변에선 3억 원 가까이 되는 집을, 무려 2억 원 넘는 빚을 내 사라고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 30%대 ‘살인적인’ 이자에 눌려 부모님이 평생 일군 것들이 단기간에 사라지는 걸 본 뒤로는 빚이 무서웠다. 맞벌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그만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조언을 뒤로 하고, 전셋집에 들어갔다. “집은 우리만 살기 좋으면 되지.” “집값에 베팅하는 거, 그거 투기야.”

몇 년 뒤 전셋집 바로 옆 동 집을 샀다. 전세가 싼 아파트였던 만큼, 집값도 비싸지 않았다. 학교, 교통, 신축, 아파트 브랜드는 고려 요소가 아니었다. “나만 좋으면 되지.” 그 뒤로 여러 번 집을 사 이사를 했지만, 한번도 차익을 남기진 못했다. 내내 팔리지 않아 10년 전 분양 받은 가격에서 몇 천 만원 더 싸게 팔고 나온 집도 있었다. 그 뒤로 회사에서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집 하나 선택의 차이가 십수 년 뒤 자산 가치를 얼마나 벌려 놓았는지 보게 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국에 사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기 전에 부동산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임장’을 다니고, 책과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몇 년간 시세 흐름을 살피는가 하면 주변 공급 상황과 대출 조건, 세금, 특별공급 혜택 등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지며 생애 주기별 계획을 세웠다. 주택은 개인이 평생에 걸쳐 구입하는 물건 중 가장 비싼 것이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영혼까지 끌어다 넣는다고 할까. 당장 팔 것도 아닌데, 주택 가격의 오르고 내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택은 의·식·주에 나오는 거주 공간, 즉 필수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자산이기도 하고, 요즘에는 주택연금을 통해 은퇴 후 삶을 지탱해줄 노후 연금이기도 하다. 주택은 주거 공간을 소비 대상으로 해 임대차될 수도 있고, 자산으로서의 기능을 하며 매매될 수도 있다. 전자의 가격은 임대료가 되고, 후자의 가격은 매매 가격이 된다. 정부 부동산 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사유재와 공공재 개념 사이에서 집 가진 사람과 집 없는 사람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며 적정 임대, 매매 가격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공급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다주택자들이 전세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를 통해 사실상의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을 해왔지만 부작용이 많아지면서 임대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필수 소비재라는 관점에만 함몰돼 시장 원리와 대척점에 선 단편적인 주택 정책을 펼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 개인으로서 기자가 겪은 ‘좌충우돌기’를 털어놨다. 물론 필수 소비재 관점에서 커뮤니티 시설을 충분히 갖춘, 질 좋은 공공 임대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은 필수적이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불균형 심화 또한 이재명 정부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부동산지인 김영학 본부장과 동아대 강정규 부동산학과 교수의 최근 분석에 의하면, 10년 전 2배 정도 되던 부산-서울의 집값 차이가 2026년 3월에는 4배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 앞에서 지방민이 느끼는 박탈감과 자산 불평등, 또 다른 지방 소외에 대한 서러움을 어루만지려면 ‘지방 미분양 해소’ 이상의 지방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에서는 ‘워케이션’이나 ‘세컨하우스’ ‘공유주택’ 관련 주택 수요들도 있다. 독일 등의 사례를 참고해 취득세, 양도세에 관한 세제 혜택이나 대출 규제를 지방 정부가 시장 상황이나 지역 여건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자치권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정부의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같은 대책이 서울을 겨냥한다지만, 지역에서는 어떤 여파가 미칠까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과열을 막기 위해 쳐 놓은 그물이 부산 같은 지방의 주택 시장을 질식시키는 부작용을 수없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회학자 마스다 히로야는 저서 〈지방소멸〉에서 젊은층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일자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방에 남아도 집과 토지의 자산 가치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이 작용한다고 짚었다. 10년 전 서울 집 팔고 부산 왔더니 결국 자산 가치에서 손해를 봤다며 한탄하는 공공기관 직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서는 2차 공공기관 이전도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두 배, 세 배가 아닌 제곱, 세제곱 단위로 벌어지는 서울-지방 간 집값 격차, 불평등 해소를 국가적 책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그 정책의 근간은 수도권 집중 완화가 핵심이어야 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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