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주거권을 높일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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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법무법인 성연 대표변호사

주거권 보장 위한 의무 법률에 명시
선제적 대응으로 국민 삶 지원해야

한부모 가정·외국인·1인 가구 증가
정책 소외계층 위한 주거 정책 필요

주거 불안 해소 등 권리 강화 초점
지방선거서 다양한 정책 제시되길

올해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가장 선명한 공약이 된다. 주택 가격, 공급 물량, 규제 완화와 같은 키워드는 유권자의 삶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선거 국면에서 제시되는 부동산 대책은 대체로 ‘얼마를 더 공급할 것인가’ 혹은 ‘어떤 규제를 풀 것인가’라는 양적·수단적 내용이다. 이렇듯 선거에서 부동산 정책이 전면에 나서는 현상은 부동산 정책이 형성되는 구조적 메커니즘과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공학적으로 유의미하기에 선거와 강하게 결합된다. 정책 변화가 체감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꼽힌다. 세금, 대출, 분양 제도는 즉각적인 경제적 효과를 내고 단기간에 정책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관련 정책은 이를 통해 특정 집단의 지지를 빠르게 결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공약으로 선호되고, 양적 공급에 대한 정책 방안은 수치를 제시할 수 있어 유권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그런데 공약으로서의 부동산 정책은 선거 전략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는 부동산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정책 방안인 공약은 자연스레 그 시행으로 이어진다. 헌법 제35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주거기본법 제3조는 ‘국가 및 지자체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기본원칙에 따라 주거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서 정하는 기본원칙은 다음과 같다.

소득수준·생애주기에 따른 주택공급과 주거비 지원을 통하여 국민의 주거비를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양질의 주택 건설을 촉진하며, 주택이 체계적·효율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주택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임대주택 우선 공급·주거비 우선 지원을 통해 주거 지원 필요 계층의 주거 수준을 향상시키고, 주거환경정비·노후주택 개량을 통해 기존 주택의 주거 수준을 높이며, 주거약자에 대해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생활을 지원하고, 저출산·고령화, 생활양식 다양화 등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본원칙은 양적 주택 공급뿐 아니라 주거 수준의 향상 등 경험 측면에서의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주거 수준, 즉 ‘주택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되는가’를 기준으로 보는 정책은 주거권에 기반한다. 주거권은 헌법 제34조 제1항과 제35조 제1항에서 기본권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주거기본법 제2조는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주거권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주거권의 측면에서의 정책은 공급과 수요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양적 공급과 달리 그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책 목표와 국민이 경험한 성과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유엔 사회인권위원회는 적절한 주거의 기준으로 점유의 법적 보장,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 비용의 적정성, 거주 가능성, 접근 가능성, 적정한 위치, 문화의 적절성의 총 7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이는 주거권의 평가 기준으로서 유의미하다.

기존 주택공급 정책이 비용의 적정성, 거주 가능성을 위한 것이라 보면 임대차보호법,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령 개정으로 점유의 법적 보장과 적절한 주거기반시설, 거주 가능성을 위한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문화의 적절성 측면에서의 정책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근 국토연구원은 부동산정책이 정책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은 소홀했다는 반성과 함께 주거 복지정책 방향을 분석·제안한 바 있다.

주거 정책의 고도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이다. 한부모 가정과 외국인 거주자의 증가와 함께 특히 800만 1인 가구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 2024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6.1%에 달해 역대 최대치이며, 1인 가구의 자가 점유율은 전체 가구 평균보다 현저히 낮아 불안정한 형태로 거주 중이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주거 정책과 거시적인 양적 부동산 정책의 병행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단지 정치적 수사가 아닌 국가와 지자체의 법적 의무이자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양적 공급 정책을 넘어 주거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역사적 경험에서 도출된 교훈을 기반으로, 유권자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구조적 정책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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