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수의 과기세]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기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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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한국과학사학회 회장

휴대폰 사진 촬영용 앱 완성도 아쉬워
키오스크 옵션 지나치게 많아서 불편
사용자 위한 상상력과 배려 우선해야

휴대폰을 바꾸면 몇 가지 할 일이 생긴다. 특히 은행 업무를 개통하는 일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휴대폰이 ‘움직이는 지갑’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에 필자도 동일한 일을 했는데, 이전과 달리 주민등록증을 찍어 올리는 절차가 추가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사이버보안이 강화되는구나 싶어 안심이 놓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짜증이 생겼다. 주민등록증을 카메라로 찍으면 이런저런 이유가 나오면서 다시 촬영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실내조명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내가 사진을 찍는 실력이 모자란다고 자책(?)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자기들도 동일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사진 촬영용 앱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지, 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도록 만드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사이에 앱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기를 기대한다.

이와 유사한 불편함은 키오스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키오스크에 처음 접했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종업원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불편한 점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도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해하는 노인 분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노인 분들이 키오스크를 작동할 때 젊은이들이 대신해 주는 광경은 흐뭇한데, 노인 분들이 키오스크로 쩔쩔매고 있을 때 다른 매장을 찾아가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키오스크의 불편함은 옵션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뭔가를 주문하고 또 뭔가를 추가하고 이상하면 수정하고 최종 주문을 완료하고 결재를 하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다. 심지어 마지막 단계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키오스크를 본 적도 있다. 필자는 주문 메뉴의 경로를 복잡한 것과 간단한 것으로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1잔’이라는 주문과 이에 대한 결재로 끝날 수 있는 간편 경로로 추가하면 되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다.

그러던 중 필자의 옛 시절이 생각났다. 아들이 어릴 때이고 서울에 살던 시절이었다. 우리 가족은 종종 과천의 서울대공원에 가곤 했다. 서울대공원에서 동물원이나 서울랜드로 이동할 때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은 코끼리 열차이다. 그런데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가는 길목은 온통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유모차를 타는 어린 꼬마를 데리고 온 어른들은 꼬마에다가 유모차까지 들고 올라가야 한다. 계단 옆에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상 유모차가 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원리적으로는 계단 길의 일부를 시멘트로 바르기만 하면 된다. 필자는 용기(?)를 내어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고, 몇 달이 지난 후에는 유모차를 이동시킬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처음에 계단을 만들 때부터 이러한 점이 고려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모두 만든 다음에 일부를 보수하는 공사를 할 바에야 처음부터 계단이 있는 길과 없는 길을 함께 만드는 것이 비용의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내친김에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이야기도 해 보겠다. 아직 강제적인 규범은 아닌 모양인데, 상당수의 에스컬레이터 부근에는 ‘걷거나 뛰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걷거나 뛰지 않기, 손잡이 잡기, 노란 안전선 안에서 탑승하기 등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접한 적도 있다. 이러한 점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기계의 수명이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줄 서기와 두 줄 서기를 놓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운동이 전개되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이에 한탄하거나 격분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까지 필자는 두 줄 서기를 장려하는 선진국을 본 적이 없다. 세상에는 정말 바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출퇴근 시간은 더욱 그렇다.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다닌다고 그렇게 안전사고가 많아지는지, 기계의 수명이 줄어드는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한 줄은 걸어가고 한 줄은 서서 가는 것도 일종의 질서라 볼 수 있다. 필자에게는 두 줄 서기가 불편한 규칙인데, 독자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어떤 기술은 완성도가 떨어진 채로 나오고, 다른 기술은 너무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다. 또 어떤 기술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지고, 또 다른 기술의 경우에는 사용법을 놓고 오랫동안 논쟁 중이다. 결국 모든 것은 상상력과 배려의 문제로 귀착된다. 누구를 배려하고 어떤 상상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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