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입맛대로’ 국가 통합 관리 급하다
국내 항공사 심리상담 일부 운영
전 직원 아닌 기장은 추가 옵션
집중 관리 없이 업체별 들쑥날쑥
에어부산은 체계 자체가 부재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전직 에어부산 소속 부기장 김동환(49)의 피해망상이 부른 동료 기장 살해 및 살인미수 사건(부산일보 3월 19일 자 1·2면 등 보도)을 계기로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항공사마다 관리 체계와 밀도가 천차만별인 탓에 정신질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국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문제에 각 사 별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항공사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과 별개로 조종사 전용 정신건강 평가·상담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조종사와 비조종 직군을 구분하지 않고 심리상담 등을 통합 운영하는 곳도 일부 있었다. 항공사별 자율에 맡겨져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수준에 편차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는 없는 상황이다.
현행 항공안전법은 항공사가 매년 소속 운항승무원(조종사)를 대상으로 건강증진활동 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증진활동에는 직무 스트레스 관리와 정신건강 상담·평가 등이 포함된다. 관련 법령에 따라 항공사는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조직과 인력을 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검진’과 별도로 조종사 직군에 대해 항공전문의가 참여하는 개인별 심층 정신건강 평가와 상담을 지원한다. 제주항공도 조종사 직군에 대해선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BSR)’ 프로그램을 별도 운영 중이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 항공 등도 조종사 대상 별도 상담 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조종사를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상담 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조종사와 비조종 직군 간 구분이 이뤄지지 않아, 당초 안전 고위험군인 조종사 특수성을 반영한 관리 취지가 충분히 살리지 못할 우려가 제기된다.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필요성은 2015년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부기장이 고의로 항공기를 산악지대에 충돌시켜 탑승자 150명이 전원 사망했다.
이 사고 발생 뒤 1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한계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항공자격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조종사들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인사상 부담 등 이유로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있고, 강제성이 없어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종사 출신 한 대학교수는 “자율에만 맡겨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항공사별로 분산된 대응 체계를 통합하고, 상시 점검과 지원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