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트럼프의 ‘갈팡질팡’ 전쟁… 세계는 대혼란 [미·이란 전쟁 한 달]
“4주 내 전쟁 종료” 공언 무색
호르무즈 봉쇄 세계 경제 충격
출구 전략 불투명에 진퇴양난
협상 언급하며 군사 압박 병행
장기 소모전 중대 분수령 맞아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주 내 종료”를 공언했던 이란과의 전쟁이 27일 한 달을 맞으며 예상과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협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중동 지역에 추가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군사 압박을 병행하고 있어 조기 종전과 장기전 사이에서 전략적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세계 경제 충격이 현실화되자 전쟁의 향방은 군사적 승패를 넘어 정치·경제적 변수에 좌우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2기를 통틀어 사실상 처음으로 직접 개시한 전면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이란 지도부 제거와 군사 인프라 파괴를 통해 단기간 내 정권 붕괴 또는 협상 굴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미군은 수천 개 표적을 타격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쟁은 이미 승리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전황은 미국의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에도 이란 권력 구조는 빠르게 재정비됐고 군부를 중심으로 항전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미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 자체는 낮지만 글로벌 유가 상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가 불안은 치명적인 정치 변수다. 여기에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 내부에서도 전쟁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나타나면서 국내 정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하고도 전략적으로는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길수록 어려워지는 전쟁’이라는 역설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만으로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협상에서 강경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배상금 지급과 안전 보장 등을 포함한 이란 측 요구는 미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다.
출구 전략이 불투명해지자 미국은 협상과 군사 압박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 계획을 일시 유예하며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해병대와 공수부대 병력 이동이 이어지면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협상을 통한 조기 종전과 군사적 추가 타격을 통한 굴복 유도 사이에서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쟁 한 달 시점에서 가장 큰 변수는 이란 정권의 안정성이다. 만약 기존 권력 구조가 크게 약화돼 새로운 권력 세력이 협상에 나설 경우 미국은 비핵화와 안보 합의를 통해 외교적 성과를 선언할 수 있다. 이 경우 호르무즈해협이 재개방되고 국제 에너지 시장도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통치 체제가 건재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란이 장기 소모전을 선택하고 해협 봉쇄를 지속할 경우 미국은 군사적 확전과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지상군 투입은 전쟁 판도를 바꿀 수 있지만,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해외 전쟁 축소’ 기조와 충돌하는 정치적 모험이 될 수 있다.
결국 전쟁 4주차는 단순한 시간적 경과가 아니라 전쟁 성격이 결정되는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협상을 통해 조기 종전을 선언할지, 아니면 중동 지역을 장기 불안으로 몰아넣는 소모전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미국과 이란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5월 중순으로 미뤄지면서 그 이전에 전쟁이 일시적으로라도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이달 말 예정됐던 방중 일정은 이란 전쟁 상황을 이유로 연기된 상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