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천궁과 비호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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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II는 2012년부터 국내에서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이다.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도무기체계라 할 수 있다. 개발 단계에서는 항공기 요격에 초점을 맞춘 기본형과 탄도탄 요격까지 가능한 파생형 등 두 가지 모델 개발을 염두에 뒀으나 기술 발전으로 2017년까지 탄도탄 요격 쪽으로 기능을 몰아서 업그레이드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그 천궁-II가 이번 중동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하늘에서 이란이 쏜 탄도미사일을 96%나 맞춰 떨어뜨리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공방어는 천궁-II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미국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다양한 방공무기의 복합 활약으로 봐야 하지만 천궁-II의 이번 기록은 실전에서 획득된 데이터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함으로써 얻은 실전 경험 못지 않은 실전 데이터를 확보해서다.

1기 가격이 60억 원에 이르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4분의 1 가격인 천궁-II의 활약상에 고무된 아랍에미리트는 천궁-II 미사일 30여 기를 빨리 받으려고 대구로 대형 수송기를 직접 보내기까지 했다. 아랍에미리트가 한국에 원유 최우선 공급을 약속하고 2400만 배럴에 이르는 원유를 공급하기로 한 것도 이에 따른 우호적 반응의 연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들어 중동 전쟁은 탄도미사일과 함께 소형 자폭 드론을 무더기로 날려 보내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대당 3000만 원인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수십억 원짜리 요격 미사일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 되자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의 비호(복합) 수출을 요청하고 나섰다.

비호는 장갑차에 30mm 기관포를 장착한 무기로 1996년 북한의 AN-2 등 레이더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는 초경량 저고도 기습 침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2010년 신궁 지대공 미사일을 추가 장착해 비호복합으로 불리게 됐다. 수km 밖은 신궁이, 근접 거리는 산탄 기관포가 처리하는 체계다. 신궁 한 발에 2억 원, 기관포 한 발에 5만 원이니 요격 미사일과 비교할 수 없는 가성비를 지녔다.

천궁-II에 이어 비호복합까지 중동 전쟁에 투입된 것을 두고 국내에선 수출 실적에만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사일 요격이나 무인기 격추와 관련한 실전 데이터 확보다. 그것을 통해 국방력을 더욱 키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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