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하면 할수록 적자만… 원양어선 조업 ‘비틀비틀’
중동 전쟁에 연료비 배 치솟아
이마저도 공급망 곧 끊길 위기
오징어 등 밥상물가 폭등 우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명태와 오징어 등 국민 생선을 공급하는 원양어선이 조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참치연승 어선 모습. 한국원양산업협회 제공
“배 운항 속도를 늦추고 어군 탐지도 포기합니다.” “비축 연료가 동날까 조업 중단도 고려 중입니다.”
중동발 원유 가격 상승에 국내 원양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평소보다 배 넘게 치솟은 기름값에 어선들은 유류를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명태와 오징어 등 원양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의 수급 차질로 인한 가격 폭등도 우려된다.
23일 한국원양산업협회(KOFA)에 따르면, 우리 국적 원양어선이 사용하는 선박가스오일(MGO) 가격이 평시(750달러) 대비 약 113% 폭등한 kL당 16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과 몇주 사이 기름값이 2.1배로 치솟은 것이다.
현재 조업 중인 국적 원양어선은 참치연승 100여 척과 참치선망, 오징어 채낚기, 메로 저연승, 꽁치 봉수망, 북양트롤 등 총 198척이다. 지난해 전체 오징어 생산량은 9만t 상당으로, 이중 원양 생산량은 약 57%에 달한다. 명태 생산량은 약 3만 t으로 전량 원양산에 의존하며, 통조림용 참치 상당수도 원양어선에서 잡힌다.
이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전체 조업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원유 가격 폭등과 맞물려 급격히 상승하면서 선단 경영에 과부하가 걸렸다. 이미 참치선망, 연승 업종은 조업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적자 조업’ 단계에 진입했다.
연료가 바닥난 어선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폭등한 가격에 연료를 구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급망이 끊길 위기다. 통상 18개월간 장기 조업에 나서는 원양어선은 해상에서 급유선을 통해 연료를 공급 받는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참치연승의 경우 급유 주기가 약 40일인데, 전쟁 전 비축유가 소진된 선박들은 당장 차기 급유 일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쟁 전 미리 연료를 예약했음에도 공급업체가 가격을 추가로 올리거나, 약속된 물량의 일부만 인도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유선 중에는 아예 기름이 없어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오는 경우도 있다”며 “이번 예약분으로 40일을 간신히 버틴다 해도,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급유 자체가 중단돼 조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원양어선들은 생산성 저하를 감수하면서까지 기름을 아끼기 위해 갖은 수를 쓰고 있다. 어군 탐지를 위한 장거리 이동을 포기하고, 통상 12~13노트인 항해 속도를 9~10노트 수준인 ‘경제속도’로 낮춰 운항 중이다. 조기 회항을 고려하거나 결정하는 선박도 늘고 있다.
한 원양업체 관계자는 “참치선망 어선 한 곳은 조업 기간이 남았지만 한 달 앞당겨 입항하기로 했다”며 “수리 일정이 잡힌 배들도 이참에 조업을 일찍 접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현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국원양산업협회는 폭등한 기름값 차액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지원책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급등한 유류비 차액을 정부와 업계가 절반씩 분담하는 방안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