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00원대 천장 뚫은 환율, 금융시장 위기관리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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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기록
원화 약세 다양한 원인 ‘핀셋 처방’을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7원 오른 1,517.3원,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가 표시돼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6.7원 오른 1,517.3원, 코스피는 전장보다 375.45포인트(6.49%) 내린 5,405.75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마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급락하는 등 우리 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 1500원 시대가 사실상 뉴노멀이 되면서 고환율,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3중고에 따른 파장도 본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다가 실물경제 곳곳에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아우성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중동 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는 등 불확실성도 증가하는 중이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 경제 근본 체력을 크게 저하시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종가는 1517.3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원까지 오른 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18일 1505원을 기록,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것을 시작으로 20일에도 1506.5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이 원유 수송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안전 자산인 달러 가치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추가 상승 여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동 전쟁으로 브렌트유 가격도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항공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비닐 포장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들썩이는 물가 때문에 가계 부채 부담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금융시장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현재 우리 경제 체질은 2009년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 불안 요소를 조기에 안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는 이번 기회에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등 우리 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대외적인 요인과 별도로 한국은행이 그동안 금리를 내리고 시중 통화량을 과도하게 늘린 것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여당과 정부 등이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25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더라도 핀셋 처방을 통해 돈 풀기가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권도 개인투자자와 기업이 달러를 국내로 갖고 오도록 독려하는 ‘환율안정 3법’ 처리를 최대한 서두르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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