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 전쟁 격화, 부울경 지역 경제 전방위 피해 확산
원료 부족·유가 급등에 극도긴축 일상화
피해 산업군 선제적 지원책 등 고려해야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주차장에 많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주차돼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중동 전쟁이 점점 장기화의 수렁에 진입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에서의 군사작전 축소 방안 검토 발표 하루만에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 불응시 이란 발전소 초토화를 공언하면서다. 이에 따라 전쟁 초기부터 우려돼 온 국내 경제에 대한 심각한 타격이 본격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 중동발 뱃길이 끊어지면서 원료 부족이 현실화하자 부울경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석유화학·철강 등 관련 업체들은 감당 못할 피해 앞에서 신음하는 중이다. 피해는 기업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물가를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해 서민들은 기름값 폭등에 이어 밥상 물가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동남권 지역의 석유화학업체들은 나프타와 에틸렌 등 원료 공급 차질로 인해 실제로 저조한 공장 가동률를 나타내고 있다. 울산에 공장을 둔 대한유화는 중동산 나프타 대신 미국산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일찌감치 나섰으나 물량 확보가 저조해 최근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프타 뿐만이 아니라 에틸렌 수급도 중동발 공급선이 끊어지다시피 하면서 동남권 자동차부품·조선업이 연쇄적 타격을 입는 중이다. 그나마 선제적 물량 확보가 가능했던 대기업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동남권 제조업의 ‘잔뼈’ 역할을 해 온 중소 조선사들은 이대로라면 공장 셧다운을 고려해야 하는 실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중동 전쟁의 여파는 제조업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부산지역 경제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과 유통을 비롯해 수산업까지 휘청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항공유 급등으로 에어부산이 내달 국제선 3개 노선 운항을 포기하는 등 극도 긴축은 일상이 됐다. 잇따른 여행 취소 등으로 여행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도 고객 감소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수산업계는 선박가스오일 가격이 최근 100% 넘게 오르자 참치업계를 필두로 원양조업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참치·명태·오징어 등 원양어업 의존도가 높은 어종의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자 물가 인상도 우려된다.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전쟁 양상이 계속된다면 비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동남권 석유화학·조선업 등의 산업군에 대한 지원책을 이제부터라도 고려해야 한다. 지자체도 지역업체의 가동률 조정 등과 연계한 고용안정책 등을 선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통비를 비롯한 각종 물가의 상승은 결국 사회 취약층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지원책도 빠트려선 곤란하다. 단기적으로 유가와 물가의 충격을 잡고 장기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재편까지 아우르는 지자체와 정부의 ‘2인3각’ 정책이 시급하다.